전염병에 대처하는 공중보건모델은 '최초 사례자 감지 및 처치→보균자 관리 및 확산 방지→ 공공교육 통한 단체 면역 형성'이라고 알려졌다. 전염성 질환에 감염된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그에 대한 응급처치를 진행한다. 동시에 보균의심이 되는 주변인 또는 접촉한 사람을 찾아서 관리하며 확산하지 않도록 후속조치한다. 또한, 전염되지 않은 일반인에게 정보를 제공해 단체면역의 민감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단지 전염병만이 아니다. 감기도 마찬가지다. 감기에 걸릴 가장 큰 위험이 무엇인가? 바로 감기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똑같은 방식의 위험성을 폭력도 갖추고 있다. 폭력의 원인도 폭력에 노출되어 민감성이 낮아질수록, 더 폭력적이 되는 악순환의 구조가 있다. 전염병 앞에 예외가 없듯이 많이 배웠건 적게 배웠건, 어떤 직업이건, 덩치가 큰지 작은지, 평소에 친절한 사람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누구라도 폭력에 전염될 수 있다.

범죄의 구성요소를 살펴보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강은영 박사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펴낸 '외국 성폭력 예방 정책'에서 범죄의 3요소를 이렇게 말한다. "범죄는 범죄자와 피해자, 범죄 행위로 이루어진다. 범죄를 예방하려면 같은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범죄자를 처벌하고 재범방지 노력을 해야 한다." 단지 벌을 주는 것 외에도 적절한 교정교화가 이루어져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동시에 피해자를 보호하고 적절한 치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한 피해자 돌봄 및 치유에 대한 사회적 손길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범죄 행위나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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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조차 묘하게 닮은꼴인 전염병과 폭력! 전염병을 막기 위해 개인 위생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일상에서 반폭력 감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사랑의 매'라거나 '맞을 짓을 했으니까~', '약자에 대한 혐오'처럼 폭력에 대해 둔감하게 만드는 인식을 변화시키자. 그런 의미에서 경남도교육청의 '교육공무원 대상 성(性)인지 교육'이 일선학교의 교사와 직원,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확산하여 지역사회 폭력안전망 구축의 디딤돌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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