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혁신, 눈이 반짝인다] (3) 김해 봉명중학교
학년별 교과과정 재구성 김해 문화·역사·인물 탐구
모둠별 발표로 배움 공유 '학습 주도권' 학생이 가져

상대적으로 입시에서 자유로운 초등학교에서 수업 혁신 시도는 출발도 도착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중등학교인 중학교·고등학교에서 변화의 물결은 잔잔할 수밖에 없다. 또 초등학교는 지역 단일교 비율이 높아 결속력과 상호 이해도가 높을 수 있지만 중등은 출신 학교와 과목이 다양해 결속력이 초등학교에 비해 높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 중등학교는 전인적 성장을 위한 교육과 입시를 위한 교육으로 양분되면서 불완전하고 불안한 공존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 역시 2017년 현재 유치원 1개, 초등학교 22개, 중학교 12개, 고등학교 3개가 지정돼 초등학교 비율이 높다.

수업 혁신은 학생 중심으로 수업의 무게 추가 이동해 자율성·자발성을 강조하기에 중등 행복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이를 불식시킨 학교가 김해 봉명중학교다. 배움은 자기 삶과 연결될 때, 배우고 싶은 걸 배울 때, 자기가 학습 주도권을 가질 때, 스스로 가르칠 때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실천해 호응을 얻고 있다.

김해 봉명중학교 '김해지역 프로젝트 주제 탐구' 발표회에서 학생들이 웃음 짓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삶의 터전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 = 지난 9일 봉명중학교 강당과 인근에서는 '김해지역 프로젝트 주제 탐구' 발표회가 열렸다. 1·2학년 84개 모둠이 성과를 펼쳐서 소개하는 박람회. 공개수업과 같은 일회성 보여주기 행사가 아니라 프로젝트 수업의 연장이다.

황금주 행복교육부장은 "2015년 행복학교로 운영한 첫해는 교육과정 재구성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강의식 수업에서 학생활동을 바꾸는 등 체질 개선에 1년이 걸렸다. 2016년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프로젝트 수업으로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2학기 전 학년이 참여하는 '김해지역 프로젝트'는 봉명중 학생들 삶의 터전인 김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자 교과 연계형으로 개발됐다. 학년별 주제를 정하고 교과에서 성취기준을 분석해 교과과정을 재구성했다.

1학년 주제는 김해 여행코스 만들기, 일명 '김해는 처음이지?'다. 김해를 키워드로 한 마인드 맵을 만들고 모둠별로 자료를 취합했다. 주제에 따라 교과 공동수업을 진행했다. 1학년 2학기 국어 시간은 '관광과 여행의 공통점, 차이점 찾기', '김해의 인물, 삶, 터전 소개하기' 등으로 구성됐다. 과학 시간 수업 내용은 '김해 지형 변화와 가야 철기문화', '속력 계산으로 알아보는 여행 일정 잡기'로 짰다. 사회 시간은 '지도 읽기와 해석', 도덕 시간은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오해' 등을 주제로 수업했다. 교사들은 일 회에 그치지 않는 교육과정의 촘촘한 연결을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2학년은 행복학교 학생이 자발성과 주장은 있지만 봉사와 나눔에 인색하다는 성찰에서 출발했다. '김해와 만나는 행복한 나눔 프로젝트'를 주제로 장소, 준비물, 일정 등을 학생들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이다. 국어 시간은 '김해의 인물(한글학자 허웅, 이윤재)', '구지가와 김해 설화', '인터뷰 질문·제작'이 수업 목표가 되고, 과학 시간은 '해반천의 생물 다양성'을 지도하는 등 통합 교과 수업으로 재구성했다. 3학년 교육과정 재구성 주제는 '봉하마을과 화포천에서 찾은 미래 지속 가능한 삶'이다.

◇배움 공유하는 발표의 중요성 = 봉명중 프로젝트 수업의 핵심은 다름 아닌 발표다. 황 교사는 "배움을 공유할 때 자기화되고 재구조화돼 정리가 된다. 이는 다른 반, 다른 학년 등 이질적 집단에서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프로젝트 발표는 강당을 중심으로 인근 공터까지 박람회 형식으로 열렸다. 한 모둠은 보통 4명으로 구성돼 A, B팀으로 나눠 50분 수업 중 25분씩 역할을 나눈다. A팀은 다른 주제 모둠 부스를 찾아가 주제 선택 이유와 소감을 묻고 발표자 답변을 적는다. B팀은 팀 부스에서 질문에 대답하고 발표 기회를 얻는다. 25분 뒤 A, B팀 역할을 바꿈으로써 모둠 장이 대표로 발표하던 방식에서 모두가 발표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황 교사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자기관리·지식정보처리·창의적 사고·심미적 감성·의사소통·공동체 역량을 요구한다. 아직 교육시스템은 이러한 역량을 키울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분절된 개별 교과 시간으로는 구현하기 어렵지만 학생들 자발성과 교사들 연구에 바탕을 둔 수업이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날 2학년 전재민·이승신·정은혁·문동준·백창훈 학생은 미세먼지, 자동차 매연, 이산화탄소 문제 등 환경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 해결에 지역 주민 동참을 이끌어내고자 'BMW 서명운동'을 벌인 과정을 발표했다.

백창훈 학생은 "BMW가 차 이름인 줄로만 알았지, 공부하기 전까지 버스(Bus), 지하철(Metro), 걷기(Walking) 줄임말인 줄 몰랐다. 김해시민이 서명운동에 무관심하다는 걸 확인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전재민 학생은 "아침 출근시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북공원과 외동시장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는데, 20번 연속 퇴짜를 맞은 적도 있다. 쉽게 생각했던 서명운동이, 준비 과정도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학년 강보란·서정민·김민주·배예랑 학생은 추운 날 늦은 시간까지 세계 여러 나라 인사말로 학교 벽화를 그렸다. 강보란 학생은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마음껏 그리고 표현할 수 있어 좋았다. 협동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 드러나지 않는 학생 한 명 한 명 역량이 프로젝트 발표에서 게시물, 발표, 표현 방식에서 다양한 빛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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