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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 의회민주주의 되찾는 길

[이제는 분권이다-리콜(Recall) 지방선거] (4) 지방의회서 찾는 희망
유권자 무관심·투표 저조에 의원들 정파적 이해 매몰돼
조례 제·개정 실생활에 영향…청원 등 '이슈 제기'필요

2018년 01월 11일(목)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경남에서 지난 4년만큼 지방의회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때가 또 있었을까 싶다. 광역과 기초를 막론하고 도내 지방의회는 말 많고 탈 많은 4년을 보내고 있다.

경남도의회는 진주의료원 폐업·무상급식 중단 등 도민 분열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 홍준표 도정 정책결정 관련, 감시와 견제보다는 도청 손을 들어주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도의원들의 음주운전, 주취 소란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기초의회는 더 심했다. 김성일 창원시의원의 계란 투척 사건은 사법부로부터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준엄한 꾸지람을 들었다. 김해·사천·의령·창녕에서는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두고 금품이 오가는 등 복마전 양상을 띠었다. 거창에서는 성추문이, 함양에서는 국외 연수 찬조금 문제가 지역 정가를 뒤흔들었다.

일부 서울지역 언론은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들먹였지만 지방분권과 자치에서 그래도 지방의회가 지닌 역할을 무시할 수 없고 또 해선 안 된다. 정치 다양성은 상실한 채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지방의회상을 만든 '책임', 이를 바로잡을 '권리'와 '의무'가 모두 '도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경남도청 서부청사 착공식이 옛 진주의료원에서 열린 모습(사진 아래), 착공식 전 의료원 앞에서 보건의료노조원들이 '진주의료원을 돌려달라' 절규하며 108배를 올렸다(사진 위).

◇참여로 바른 선택을 = 민주주의는 정치참여 권리를 행사할 의무가 잘 지켜질 때 원활하게 작동한다. 참여하지 않은데 따른 결과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것도 민주주의다.

국민은 그러나 내 삶과 가장 깊숙이 연결된 지방선거 참여에는 인색하다.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을 보면 1회 지방선거(1995년) 68.4%, 2회 52.7%, 3회 48.9%, 4회 51.6%, 5회 54.5%였다. 투표율이 두 번째로 높았다던 지난 6회 선거 역시 56.8%에 그쳤다. 평균은 55.48%다. 비슷한 시기 대선 투표율(1992~2012)이 평균 74.44%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방의원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유권자다. 낮은 투표 참여는 당선자가 유권자를 배제한 의정활동을 펼치는 여건이 된다.

지역주의가 강한 경남 현실에 비춰 유권자 무관심은 선거 이후 정치참여 폭 제한을 낳는다. 의원이 유권자가 아닌 정파적 이해에만 매몰된 의정 활동을 펼칠 길을 열어주는 탓이다.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결과 교육감과 비례대표를 뺀 선출직 294명 중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이 213명이나 됐다. 광역·기초 비례대표까지 더하면 334명 중 238명이었다. 도의회는 의원 55명 중 50명이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기초의원도 전체 260명 중 173명이 새누리당 소속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세간에 떠들썩했던 지방의회 부정부패와 비리는 이같은 정파적 쏠림 현상에 기인한 바가 크다. 보수정당 일당 독점 구조 속에 견제와 감시가 실종된 '좋은 게 좋다'식 의정, 의장단 자리 나눠먹기, 다양한 도민 의견수렴 소홀에 따른 사회 갈등 유발 등 여러 문제는 정치참여 권리 행사 의무를 등한시한 도민들이 지는 책임과 같다.

2009년 경남등록금네트워크와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이 도청 앞에서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조례 주민발의 청구인 명부 제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도청 담당부서에 명부를 제출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의회의 활동이 곧 내 삶 = 참여를 통한 바른 지방의원 선택은 내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다.

지방의회는 생각 이상으로 도민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조례 제·개정이 대표적이다. 만약 어린이 건강권을 위해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어린이집·유치원 인근을 금주·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싶다고 하자. 주민들은 민원을 모아 행정기관장에게 부탁한다. 행정은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행정을 강제할 힘이 주민에게 없기 때문이다.

한데 절차를 거쳐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를 위한 금주·금연 구역 지정 조례'를 제정했다고 하자. 이때부터 해당 기관은 조례를 근거로 예산을 책정하고 사업을 집행한다. 이 업무를 담당할 공무원도 지정된다. 이렇게 집행한 사업은 다시 의회 감사 대상이 된다. 집행 실적이 미진하면 담당공무원은 문책을 받는다.

조례 제·개정은 때론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홍준표 전 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 폐업', '진주의료원이 폐업한 자리에 도 서부청사 이전', '학교 무상급식 중단',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조례 등이 그랬다. 도민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분란으로 여겼을지 몰라도 이들 조례가 제·개정된 탓에 서부경남 공공의료 기능이 떨어져 100만 명 넘는 도민 건강권이 침해당했고, 학생·학부모 밥값 부담은 더욱 커졌다. 반대로 덕분에 진주지역 행정 서비스 확충에 도움이 됐고, 일부 서민이 다소나마 교육관련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이 모두 도민 생활에 직간접 영향을 준 셈이다. 그럼에도 조례는 법령보다 아래에 있는 법규라 큰 위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조례는 그러나 이렇듯 우리 삶의 향상과 퇴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능동적 유권자 돼야 = 일을 하려면 한없이 많이 할 수 있고, 하지 않으면 한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게 지방의회와 의원이다. 이 의회를 역동적으로 이끄는 데는 유권자 도민의 감시와 견제, 때때로 칭찬이 동반돼야 한다. 지방의회 기능을 잘 알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질책해 이를 활용할 줄 아는 유권자가 많아야 지방의원이 도민을 섬기고 따르기 때문이다.

이를 넘어 직접 의정에 참여하는 능동적 역할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좋은 예가 도민 '청원'을 시작으로 제정까지 이어진 '경상남도 대학생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안'이다. 이 조례는 2008년 5월 경남등록금네트워크가 경남도의회에 제정 청원을 하면서 시작됐다. 도의회는 이 청원을 채택해 경남도로 넘겼으나 도는 예산 확보가 어렵다며 조례 제정을 거부했다.

이 결정에 대한 반발 분위기에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이 힘을 보태면서 주민 발의 논의로 이어졌다. 그해 10월 시작한 서명운동은 5개월 만에 2만 5875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냈다.

경남도는 이에 2009년 3월 해당 조례안을 의회로 넘긴다. 조례는 4월 본회의에서 수정 가결된다. '도의회 청원 조례 1호'의 탄생이었다.

경남에서 처음 제정된 이 조례는 당시 '반값 등록금' 이슈와 함께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돼 모범 사례로 기록됐다.

창원시의회도 '잦은 보도블록 교체로 예산 낭비를 우려한 일부 유권자' 청원을 받아들여 지난 2013년 '보도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시가 보도 설치·정비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차례로 진행하고, 겨울철(매년 12월∼다음해 2월)에는 금지하도록 했다. 공사 시작·종점에 공사명·공사기간·공사구간을 밝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명한 유권자가 지방의회를 활용해 스스로의 힘으로 '나와 내 이웃의 삶을 바꾼' 사례다. 지방의회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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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