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창원지방검찰청 출입기자 '단톡방'이 갑자기 울어댔다. 한 선배 기자가 "물타기 보도자료 아님?"이라고 하자, 다른 언론사 후배는 "그러게요. 하필 이 시기에. 굳이 낼 자료도 아닌데"라고 받았다. "지능적 물타기?"라는 기자도, "이런 걸로 물 타질까요?"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자도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창원지검이 출입기자 간사를 통해 '형사부 우수검사의 공안부 발탁 관련 참고자료'를 냈기 때문이다. 참고자료가 나오기 직전인 이날 오전 경남여성단체연합 등이 창원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근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인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철저한 진상 조사와 가해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참고자료 개요에는 '창원지검은 2018 상반기 정기인사 시기에 맞추어 형사부에서 묵묵히 근무하며 우수한 업무실적을 쌓은 여성검사를 공안부 수석검사로 발탁하였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수하면 우수했지. 묵묵히 근무라는 표현이 참"이라는 반응이 나오면서 창원지검 발 '참고 자료 해프닝'은 절정에 이르렀다.

'물타기'란 언론계 종사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문용어'(=은어)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뉴스로 뉴스를 덮는다', '다른 뉴스로 화제를 돌린다' 정도일 게다. 이 밖에도 언론계 은어는 나와바리(출입처), 우라까이(베껴 쓰기), 야마(주제) 등이 주로 쓰인다.

서 검사 폭로 이후 사회 전 분야로 '미투' 운동이 물결치는 중이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다. MBC가 지난 7일 통영지청이 서 검사의 사무실을 무단으로 치운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과연 '사내들이 그럴 수도 있지' 정도로 여기는 걸까. 부디 아니길 바란다.

아무튼, 이번 건으로 날마다 사건 서류 더미에 파묻혀 '묵묵히' 일하는 다수 검사들이 덤터기 쓰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검찰에 안태근 같은 인물만 있는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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