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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눈]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을 보면서

희생자 모습 보면서 언뜻 엄마 생각나
고령사회 속 의료시스템 '돈보다 생명

2018년 02월 14일(수)
민병욱 시민사회부 차장 min@idomin.com

"아, 정말 큰일이네! 사망자가 이리 늘어나도 되는 기가!"

48명이 숨지고 144명이 다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가 일어난 지도 어느덧 20일째로 접어 들었다. 참사 당일 사망자가 거의 '분 단위'로 삽시간에 늘어나자, 경남경찰청 기자실은 안타까운 한숨과 다급하게 소식을 전하려는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날 다른 기자들과 기자실에서 김밥과 컵라면으로 대충 점심을 때운 뒤 김구연 사진부장이 올린 '시신 수습' 사진을 봤다. 불현듯 '하늘'로 먼저 간 엄마가 생각났다. 5남매 낳아 키우느라 고생만 하고 간 우리 엄마. 10년 가까이 여러 요양병원 옮겨다니다가 지난해 10월 돌아가셨다. 요양병원으로 모신 이후 일한다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 찾아뵈었던 게 한으로 남는다. 그때 엄마 손이라도, 얼굴이라도 한 번 더 쓰다듬었더라면….

그래서 사고 당일 저녁 경남경찰청 수사본부가 낸 사망자 인적 사항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서 '이번 사고로 부모를 잃은 분들의 지금 마음은 과연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내일모레'가 설이므로 착잡한 마음은 더했을 것이다.

그러던 찰나, 지난 9일 저녁 중환자들이 있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은혜병원에서 정전이 일어나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같은 날 저녁, 알고 지내는 분들과 모임을 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정전이 났다"고 하자, 한 분은 "최근 어머니랑 아버지가 갑자기 기력이 빠지시는 바람에 두 분을 동시에 요양병원에 모시게 됐다. 빠듯한 살림에 여러 병원 알아보느라 정신 없었다. 두 분을 동시에 병원에 모시는 게 쉽지 않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자식들에게 부담을 안 주려고 하시는 것 같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70, 80을 넘긴 부모를 둔 자식이라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고민일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통과의례'라지만, 부모님을 잘 모시고, 보내드린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 고작 할 수 있는 게 용돈 드리거나 요양병원에 모시는 게 전부라는 사실에 무기력감이 몰려와 서글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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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수사본부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실상 '큰 그림'은 다 나왔다. 무릇 '사건'이란 누적된 모순이 폭발하면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속칭 '사무장 병원' 혐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건축법(불법 증·개축)·의료법 위반 혐의 등등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은 차고 넘친다. 밝혀진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토대로 처벌받을 사람은 처벌받을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본격화한 고령사회 속 우리 의료시스템이 이대로 굴러가도 괜찮은지도 살필 필요도 있다고 본다. 최소한 연로하신 부모님 병원 모시고 갈 때 병원비 걱정은 조금만 해도 되는 그런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돈보다 생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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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 기자

    • 민병욱 기자
  • 2017년 7월 17일부터 경남경찰청, 검찰, 법원, 진해 맡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보도자료, 구독신청 등등 대환영입니다. 010-5159-9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