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현대성 더한 공연
전세계 음악인 교류의 장
그리움 담은 윤이상 귀향

끝도 시작도 윤이상(1917~1995)이었다. 지난 8일 오후 3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통영국제음악제 폐막 공연이 열렸다.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안정적인 연주로 음악제 끝을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작곡가 윤이상이 1981년 발표한 '광주여 영원히(Exemplum in Memoriam Kwangju)'가 지난 개막 공연을 장식했다면, 폐막 공연 시작은 윤이상의 '바라'였다. 불교 바라춤을 소재로 한 작품은 불교적 심상을 추상적으로 드러냈다.

올해 음악제는 윤이상 '귀향'에 초점을 맞췄다. 사후 23년 만에 유해가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서 고향인 통영으로 돌아와서다. 올해 음악제 의미는 예년보다 더욱 짙었다.

통영국제음악당 뒤 윤이상 묘역. /통영국제음악재단

특히 윤이상이 한국에서 활동하던 때 남긴 관현악 모음곡 '낙동강의 시'를 세계 초연하면서 한층 더 의미를 부가했다. 작품 작곡 시기는 1952년께로 추정된다. 1956년 유럽으로 유학을 떠난 윤이상은 생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윤이상 공식 작품 목록 첫 번째는 1958년 베를린에서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소품'이다. 이전 작품은 윤이상 스스로 목록에서 지웠다. 그런 점에서 '낙동강의 시' 발굴은 또 다른 윤이상 음악을 목도하는 기회였다. 단순히 윤이상 곡을 연주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귀향'이라는 소재를 다양한 형태로 풀어냈다. 루트거 엥겔스가 연출한 세계 초연 음악극인 <귀향>이 대표적이다. 작품은 바로크 음악과 한국 전통 가곡 만남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더불어 음악당 뒤 바다가 보이는 공간에 자리한 묘역은 꼭 들러야 할 장소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무대에 오른 가수 리사 피셔./통영국제음악재단

폐막 공연 두 번째 무대는 레너드 번스타인 '세레나데'로 꾸몄다. 공연은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가 협연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국경을 넘어 곧잘 보기 어려운 음악가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회다. 올해 음악제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비롯해 스티브 슬론이 지휘하는 독일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선우예권·한상일·치몬 바르토, 바이올리니스트 토비아스 펠트만·미도리, 그리고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등 면면이 쟁쟁했다.

번스타인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향연>을 읽고 '세레나데'를 썼다. 사랑(에로스)을 다양한 시각에서 다룬 기원전 작품을 20세기 미국 작곡가가 음악으로 풀어낸 셈이다. 이처럼 통영국제음악제도 고전적 음악에 치중하지 않고 미국 보컬리스트 리사 피셔, 재즈 트럼피터 아르투로 산도발 공연을 배치해 현대성을 더했다.

재즈 트럼피터 아르투로 산도발. /통영국제음악재단

안토닌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가 폐막 공연 마지막을 장식했다. 체코 출신 드보르자크는 미국 국립음악원 원장 자리를 제안받아 미국에서 3년 동안 머물면서 이 곡을 썼다. 드보르자크는 곡에 흑인, 미국 원주민 음악의 정신을 담으면서도 고향 체코 음악 정수를 잃지 않았다.

윤이상 또한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얽혀 이념 논쟁에 시달리면서도 고향을 잊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유해를 고향에 안장했고, 사회적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음악제 시작 전부터 '박근혜 무죄 석방 천만인 서명운동 경남본부'에서 묘역 철거를 주장하면서 '귀향'의 의미가 퇴색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통영국제음악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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