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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몽골 초원서 깜짝캠핑

[아들과 함꼐 오토바이 타고 유라시아 횡단] (4) 러시아 바이칼호수~몽골 울란바토르
러시아서 몽골로 국경넘기, 육로로 직접 통과 '신경험'
전통집 '게르'서 이틀 보내
한국인 가이드 우연히 만나
수도 울란바토르 근교 캠핑
전통요리 먹고 꿈같은 휴식

2018년 04월 17일(화)
시민기자 최정환 webmaster@idomin.com

아들과 함께 오타바이를 타고 세계 여행 중이다. 러시아 바이칼호수 근처에 있는 도시 이르쿠츠크에서 오토바이 정비를 받았다. 앞으로 이어질 몽골과 중앙아시아 비포장도로를 통과하고자 오프로드용 타이어로 교체를 하고 엔진오일도 교환했다. 이르쿠츠크 바이크샵에서 오토바이 정비를 마치고 다시 울란우데를 되돌아와 남쪽으로 향했다. 러시아와 몽골 국경을 향해서 가는 길이다.

국경 가는 길은 도로가 공사 중이었다. 군데군데 비포장도로와 움푹 팬 아스팔트 도로를 한참 덜덜거리며 가고 있는데 오토바이 뒤에 타고 있던 아들 지훈이가 다급하게 "아빠"를 부른다. 뒤돌아 보니 오토바이 옆에 붙어 있는 상자 가방이 떨어져 나갔다. 볼트 몇 개로는 상자 가방을 지지하기엔 역시 무리였나 보다. 천천히 오토바이를 한쪽 옆에 세우고 떨어진 가방을 찾아왔다.

그때 도로공사로 인해 생기는 먼지를 막고자 물 뿌리는 차량이 우리 앞에 차를 천천히 세웠다. 운전사는 우리가 궁금했나 보다. 내리쬐는 햇볕이 따가웠다.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운전사는 차량 앞에 달린 수도 밸브를 열고 물을 틀어 주었다. 지훈이와 나는 콸콸 쏟아지는 물에 머리를 감고 더위를 식혔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운전사는 시원한 생수 한 병을 우리에게 건넨 후 다시 차량을 몰고 떠났다. 어디를 가도 고마운 사람을 계속 만난다.

몽골에서 현지 가이드를 하고 있는 한국인의 초대로 몽골 울란바토르 근교서 같이 캠핑을 했다. /최정환

몇 시간을 더 달리니 몽골 국경이 가까워졌는지 차량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줄지어 선 차량 뒤에서 오토바이를 정차하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앞에서 국경군인 한 명이 다가오더니 앞으로 먼저 가라고 했다. 100m 넘게 이어진 차량의 대기행렬을 천천히 앞질러 가는 동안 누구 하나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외국에선 오토바이를 교통 약자라고 생각해서 먼저 양보해주는 문화가 있다고 들었다. 처음 받아보는 혜택이라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외국으로 나갈 때 배 또는 비행기로만 현지나라에 입국하기에 육로로 국경을 직접 통과하는 경험이 색달랐다.

출국하는 러시아에서 세관검사와 출입국 심사를 거치면 입국하는 몽골에서 다시 세관검사와 출입국 심사를 하는 구조였다. 이곳 국경은 양국 사무실이 바로 붙어 있지만, 여행을 계속하면서 보니 다른 나라는 육지 국경을 지날 땐 20km~30km 멀리 떨어진 곳도 더러 있었다. 국경에선 짐 검사를 비교적 철저히 하는 편인데 우리 오토바이는 그리 세세히 검사하지 않았다. 아마도 아들을 태워 여행하는 게 한눈에 보였기 때문에 위험한 물건은 가지고 있지 않다 생각했나 보다. 우리는 몽골 비자를 한국에서 몽골대사관을 통해 미리 준비해 왔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현지 가이드를 하고 있는 한국인과 그의 부인과 함께.

다시 몽골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향해 달렸다. 몽골은 한반도의 9배에 달하는 넓은 영토지만 인구 300만 명 중 150만 명 정도가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거주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았고 사람들 생김새가 한국인이랑 많이 닮았다. 여행자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울란바토르 안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을 땐 늦은 밤이었다. 아들과 난 게스트하우스 안에 마련된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에서 이틀을 지냈다. 이곳에서 이틀간 휴식 후 다시 길을 나섰다.

몽골을 횡단하려면 북부루트, 중부루트, 남부루트 3가지 길이 있다. 어느 도시나 시내에서는 차가 밀리고 신호등에서 대기를 많이 한다. 울란바토르를 거의 다 빠져나올 때쯤 신호등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옆에 선 지프차에서 창문이 열리더니 "안녕하세요"하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 온다. 이런 곳에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 올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는데 의외였다. 오토바이를 도로 한쪽 옆에다 세웠다. 지프차도 따라왔다.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 이는 한국에서 10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와 몽골 부인을 만나 살고 있다고 했다.

몽골 전통요리 '허르헉'.

이곳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며 직접 현지 가이드를 하고 있다. 그는 마침 다른 일정이 없다며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시골 외가에 놀러 갔다고 한다. 그의 부인이 해주는 음식을 먹고 쉬고 있는데, 근처에 멋진 곳이 있다며 캠핑을 하러 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흔쾌히 같이 가자고 했다. 근처 재래시장과 슈퍼에서 양고기와 각종 채소 등 먹을거리를 푸짐하게 샀다. 그의 지프차에 4명이 타고 출발했다. 울란바토르 도심지를 벗어나 산속으로 울퉁불퉁 비포장길을 30분쯤 달렸을까. 눈앞에 계곡과 초원이 어우러진 곳이 펼쳐졌다.

평평한 땅에다 텐트를 치고 계곡 옆에 돌을 쌓아 임시 아궁이를 만들었다. 장작에 불을 붙이고 커다란 솥에 각종 채소와 양고기를 다듬어 넣었다. 지훈이는 양고기를 함께 다듬고 감자를 썰며 재밌어했다. 부인은 귀한 손님이 올 때 내어준다는 몽골 전통 요리인 '허르헉'을 만드는 중이었다. 얼마 정도의 시간이 흘러 솥뚜껑을 열고 맛있게 익어간 '허르헉'을 꺼내 먹었다. 처음 맛보는 요리였는데 양고기 기름이 감자 등 채소에 베어 고소한 맛이 났다.

식사 후 그의 몽골 생활 이야기를 듣고 우리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서서히 어둠이 찾아왔다. 흐르는 계곡 물소리와 밤하늘에 총총히 떠있는 별들을 보고 있으니 제대로 된 여행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울란바토르로 돌아왔다. 한국에 오면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그와 헤어졌다. 오토바이 뒤에 달린 태극기 스티커를 보고 반갑게 맞아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는 몽골 횡단길 중 비교적 비포장 구간이 적은 남부루트로 방향을 정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왕복 2차선 도로를 가는 동안 조그만 마을에서 잠깐씩 휴식을 취했다. 초원에는 양들과 말들이 풀을 뜯고, 몽골 전통 옷을 입은 목동들이 개를 데리고 돌보고 있었다. 그림처럼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울란바토르 게스트하우스 외국인들과 아들. 뒤에 보이는 것은 전통집 '게르'.

그런데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멀리 보이는 앞쪽에 검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보였다. 그 사이로 천둥 번개가 치고 있었다. 더군다나 오후를 넘어 슬슬 해가 질 시간이었다. 앞으로 나가기에도 제자리에 서 있기에도 망설여져 난감했다. 그때 마침 조금만 오토바이 한 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직 20살이 채 안 되어 보이는 소년, 소녀가 한 오토바이를 타고서 웃으며 인사를 했다. 우리도 같이 인사를 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앞쪽에 먹구름을 가리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듯 웃으며 그들은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이들과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민기자 최정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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