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과실 강조 시선 2차 피해 줘
성차별문화 근절 끝까지 함께해야

최근 성폭력 피해 고발 움직임이 대한민국 전체로 확산하며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용기 내는 피해자가 많아지고 있다.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사과, 각종 협회·단체들의 후속 조치와 미투 지지 성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으로 세상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성폭력 사건은 판단 기준이 더 선정적이며 여성복지실천 현장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을 지원하면서 최근까지도 재판 현장에 참석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면서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역차별, 무고, 명예훼손 등 행위자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현장에서의 성폭력 사건들은 늘 성폭력 행위에 대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것을 경험한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문제 제기한 몇몇 행위에 대해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특정 행위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는 때도, 피해자보다 훨씬 가볍거나 일상적인 수준으로 해당 행위를 묘사하기도 한다. 특히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다운가'를 살펴보기도 한다.

'피해자다움'이란 사회적 통념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는데, 이러한 차별적 시선이 피해자로 하여금 2차 피해를 준다. "여자가 몸을 조신하게 처신했어야지.", "그러게 그 시간에 거기는 왜 가니?"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들이 들어온 너무나 익숙한 말들이다. 이런 사회분위기는 피해자의 입을 다물게 했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을 하고 법적인 처벌을 받게 하려면 많은 것을 잃을 각오로 나서야 했기 때문에 그걸 공론화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피해자에게 '왜?' 라는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사실을 적시해도 형사 처벌하는 명예훼손죄는 미투 운동에 참여한 피해자의 용기를 위축되게 한다. 따라서 면책사유가 되는 '공익목적'을 명확히 하고, 허위와 달리 사실 적시는 형사가 아닌 민사로 처리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맞고소로 오히려 가해자로 전락하고 마는 무고죄는 본 사안이 마무리된 뒤에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개정되기를 바란다.

미투 운동이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조직 내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일상화되어있는 성폭력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피해를 보고도 망설이고 있을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피해자 지원체계를 소개한다면 우리 경남에는 15곳의 성폭력상담소가 있다. 사안에 따라 법률, 의료 등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1366 경남 여성 긴급전화를 이용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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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성희롱·성폭력 특별 신고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100일이라는 한시적 기간이지만 피해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꼭 알아야 할 것이다. '원하지 않는 성적 언동'을 근절할 수 있는 법, 제도적인 장치 마련뿐 아니라 성차별적 문화를 변화시키도록 우리는 끝까지 함께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확산하여 가는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미투'를 넘어서 전 국민적인 응원과 지지의 '위드유(#With You)', 그리고 '나부터 나서서 성폭력을 막자'는 '미 퍼스트(#Me First)' 성폭력 방지 운동을 통해 우리가 모두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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