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계절의맛] (11) 갈치

똑똑∼ 당신의 밥을 훔치러 왔습니다∼
칼 닮아 '도어'라 부르기도
소금 뿌려 굽거나 양념에 졸이면 밥 한 공기 뚝딱

2018년 07월 10일(화)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어릴 때 들은 칭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을 꼽으라면 '생선 살 잘 바른다'는 말이다. 어른들 눈에는 작고 통통한 손으로 생선 살을 발라 먹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나 보다.

칭찬을 들은 까닭인지, 밥상에 생선이 있으면 항상 긴장했다. 잘 발라야 한다는 의식이 있어서다. 가끔 제대로 바르지 못해 뼈가 목에 걸리면 불편함은 둘째 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생선 살을 잘 바르면 야릇한 쾌감이 있다. 가끔 나 자신이 생선 살 잘 바르는 장인이 된 듯한 기분도 든다.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이런 상상을 하고는 한다. 이젠 생선 살 잘 바른다고 칭찬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약간 서글프다.

달래장을 얹은 갈치구이. /최환석 기자

갈치는 요령만 익히면 생각보다 쉽게 살을 바를 수 있는 생선이다. 잔가시가 많은 고등어나 전어에 비하면 어렵지 않다. 지금도 어릴 때 익힌 '매뉴얼'에 따라 갈치를 발라 먹는다.

젓가락으로 몸통 양옆을 제거하고 손으로 잡아먹거나, 숟가락으로 몸통을 훑어 살을 발라 밥과 함께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요즘은 제거한 몸통 양옆 살을 뼈와 함께 씹어 먹기도 한다. 적당히 삭은 갈치는 뼈째 먹기 좋을 정도로 물러진다. 얇게 토막 낸 갈치를 기름에 튀기듯 구우면 뼈째 먹을 정도로 익는다.

소금을 뿌려 노릇하게 잘 구운 갈치는 밥도둑이다.

어릴 때는 짭조름하면서 고소한 소금구이로 갈치를 즐겼다. 성인이 되면서 갈치조림 맛을 알게 됐다.

냄비에 호박을 깔고 토막 낸 갈치를 넣은 다음 진간장, 고춧가루 등으로 간을 하고 대파, 청양 고추를 넣고 졸이면 훌륭한 갈치 요리가 된다.

싱싱한 갈치는 회로 먹거나 국을 해먹기도 한다지만 다루는 식당을 찾기가 다소 어렵다. 경남에서는 남해 미조항에 갈치회를 다루는 식당이 포진했다.

농어목 갈칫과 바닷물고기인 갈치는 심해에 산다. 한반도 근처에서는 2~3월께 제주도 서쪽 바다에 머문다. 4월께 북쪽으로 이동을 시작해 여름에 남해·서해 연안에서 알을 낳는다. 7월부터 11월까지 많이 잡힌다. 이 시기에 가끔 낚시를 하면 갈치가 잡히기도 한다.

번쩍이는 은빛 몸통, 길쭉한 모양새는 갈치를 상징한다. 기다란 칼처럼 생긴 모습 덕분에 이름이 갈치다. '칼 도(刀)'를 써서 도어라고 부르기도 했단다. 서양인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휜 단검인 '커틀러스'에서 이름을 따 '커틀러스 피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칼치'라고 억세게 발음하기도 하는데, 갈치라고 부를 때보다 칼치라고 부르면 더 맛깔스럽게 느껴진다.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그렇게 발음을 했었던 까닭에 정겹게 느껴지는 듯하다.

갈치를 사려고 창원 마산수협남성공판장 옆 시장에 들렀더니 죄다 갈치다. 장마 기간이라 다소 어두운 데도 유독 갈치만 도드라진다. 은빛 치장이 구미를 당기고, 손님을 부른다.

호박을 깔고 토막 낸 갈치를 넣어 만든 갈치조림. /최환석 기자

가까이서 보면 등마루를 덮은 등지느러미는 연한 풀색을 띤다. 배와 꼬리에 지느러미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생선에 비해 머리는 작지만 눈과 입이 큼직하다. 날카로운 이빨은 고소한 맛과는 달리 강한 인상을 준다.

'은갈치'가 '금갈치'인 요즘이지만 1만 원짜리 한두 장이면 넉넉하게 산다. 손질까지 해주니 집에서 조리만 하면 된다. 절반은 구이로, 절반은 조림으로 먹겠다고 하면 상인들이 알아서 맞춤 손질을 해준다.

몸통 은빛이 밝으면 신선한 갈치다. 갈치의 은분은 화장품 재료로도 쓰는 구아닌이다. 진주에 광택을 내거나 립스틱 펄 재료로 쓴다.

시장에서 산 갈치는 이틀에 나눠 흡족하게 먹었다. 첫날은 약하게 소금 간을 한 갈치를 구워 달래장을 얹어 먹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달래장으로 향미를 더욱 강조했다.

이튿날은 호박을 반달 썰기(재료를 반으로 갈라 통째로 자르는 방법)하여 냄비 아래에 깔고 갈치를 넣어 조림을 해먹었다. 밥 한 공기는 뚝딱. 바닥에 남은 장은 밥에 슥슥 비벼 먹으니 남길 것이 없었다.

속담에 '갈치가 갈치 꼬리를 문다'는 말이 있다. 몸통이 길어서 제 꼬리를 스스로 물 수 있다는 뜻일까? 갈치는 육식성 어류다. 산란기에 영양 보충을 하려는 본능에 더욱 충실해지는데, 동족을 잡아먹기도 한다.

그래서 친구나 가족끼리 서로 헐뜯고 싸우는 모습을 갈치에 빗대 '갈치가 갈치 꼬리를 문다'고 한단다. 이 밖에 날씬한 배는 '갈치 배', 좁은 데서 여럿이 몸을 뉘어 불편하게 자는 잠은 '갈치잠'이나 '칼잠'이라 한다.

가까운 일본을 포함해 다른 나라에선 갈치를 잘 먹지 않는다고. 우리네 일상과 연관이 깊은 표현에 갈치가 등장하는 까닭이겠다.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

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