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아들과 함께 오토바이 타고 유라시아 횡단] (10) 키르기스스탄 오시

비포장길서 만난 여행객 타이어 펑크 나 '발 동동'…손길 내밀자 고마움 표해
한국서 3년간 일한 현지인 우연히 마주쳐 함께 관광 전통음식 먹고 즐거운 시간

2018년 07월 10일(화)
시민기자 최정환 webmaster@idomin.com

키르기스스탄 해발 3500미터 호수 송쿨에서 우리에게 쉴 곳을 내어준 주르마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산을 내려와 남쪽 도시인 오시로 향했다. 비포장 도로가 계속 이어졌는데 지도에 따르면 곧 포장도로가 나온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앞에 가로지르는 강물 위의 다리가 끊어진 상태였다. 언제 내렸는지 알 수 없는 폭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오시로 이어진 우회도로인 비포장 길을 다시 달렸다.

얼마쯤 달렸을까. 앞쪽에 오토바이 한 대가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슬로바키아에서 온 여행자가 펑크 난 오토바이 타이어를 살펴보는 중이었다. 그는 오는 길에 여러 번 펑크가 나서 여분의 타이어와 수리 도구를 모두 다 써버렸다고 했다.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오토바이를 살펴보니 더이상 운행하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나는 여분으로 싣고 다니던 타이어를 그에게 건넸다. 다행히 타이어 규격이 우리 오토바이랑 딱 맞는 사이즈였다. 그는 하늘이 도왔다며 많이 고마워했다. 그리고 유럽에 오게 되면 꼭 슬로바키아에 있는 본인 집에 들르라고 했다. 숙박을 제공하고 관광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왼쪽 사진부터 카잘만으로 가는 길. 3일간 깊은 산속을 지나니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렇게 우리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게 기뻤다. 앞으로 여행 경로에 슬로바키아가 또 추가됐다.

카잘만이라는 시골마을을 거쳐 3일간 깊은 산속을 지나오니 드디어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기분 좋게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우리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차 창문을 내리며 누군가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키르기스스탄 현지인이었다. 이름이 나술이라고 했다.

갑작스럽게 현지인이 한국말로 걸어와 순간 당황했다. 어떻게 한국말을 하는지 궁금해 차를 한쪽 옆으로 세우고 그와 대화를 나눴다. 나술은 지난 3년간 한국에서 아파트 베란다에 창문 다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을 할 때 힘이 들긴 했지만, 월급이 이곳에서 벌 수 있는 돈보다 3~4배 많았기 때문에 좋았다고 했다. 다시 한국에 가고 싶지만 현재 한국 비자를 낼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나는 지금 당장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나, 혹시 한국에 오게 되면 꼭 찾아오라며 그에게 명함을 건넸다.

펑크 난 타이어 때문에 길에 서 있던 슬로바키아 바이커에게 여분의 타이어를 건넸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우리를 오시 시내에 있는 시장으로 안내했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슈케크보다 오시에는 얼굴에 천을 두른 여자들과 베레모를 쓴 남자들이 많았다. 남쪽으로 올수록 사람들의 신앙심이 깊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사람을 위험하게 보는 시각이 있다.

IS, 탈레반, 시아파, 수니파 등 종파 간의 이해관계와 나라 사이의 상관 관계로 인한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여행하며 만나 이곳 사람들은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가족을 돌보며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나술 일행과 시장에서 홍차와 비슷한 '차이'를 마시고 키르기스스탄 전통음식을 먹었다. 식사 후 그들은 아들 지훈이를 위해 작은 놀이공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바이킹을 타고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보통 여행자라면 가보지 못할 곳도 우리는 우연히 만난 현지인들 덕분에 구경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며 오토바이 뒤에 태극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데, 그 때문인지 한국에서 일하셨던 현지인들이 많이 알아보고 말을 거는 것 같다.

나술 일행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숙소로 향했다. 오시에 머무는 동안 오랜만에 호텔에서 잠을 잤다. 호텔 안에 야외수영장도 있어 지훈이와 즐겁게 물놀이도 했다. 이곳 오시에서 비교적 큰 호텔인데 호텔 사장님이 우리를 알아보고 영어로 인사를 건네 왔다.

자신의 성이 김 씨라고 소개한 분이었는데 한국말을 전혀 모르기에 의아했는데 그분 말씀이 자신의 부친이 연해주에서 이곳으로 강제 이주되었다고 했다. 그분은 고려인 2세였던 것이었다.

한민족이 과거 본인과 상관없이 소련 정부에 의해 이주되었는데, 지금은 이곳에서 커다란 호텔을 운영하는걸 보니, 어려운 환경에서 이룬 지금의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시에서 남쪽으로 한나절을 내려가면 타지키스탄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국경이 나온다. 타지키스탄은 수도인 두샨베가 있는 동쪽지역을 제외하면 해발 4000미터를 훨씬 넘는 고산지대이다.

주위의 높은 산들은 해발 6000~7000미터를 이루고 있다. 파미르고원을 중심으로 북동쪽으로 천산산맥, 동쪽으로 쿤룬산맥, 남동쪽으로 히말라야산맥, 남서쪽으로는 힌두쿠시산맥이 이어진다.

길에서 만난 나술 .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맥들 한가운데에 파미르고원이 자리를 한다. 여름 몇 달을 제외하면 내리는 눈으로 얼어붙는 척박한 땅이다. 국경이 폐쇄되기도 한다. 일부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세계 문명이 시작되어 수메르문명으로 이어졌다는 학설을 주장하는 역사학자들도 있다.

세계에서 몇 군데 남아있지 않은 오지이며 가끔 야생늑대가 출몰해 기르는 가축을 물어가는 그런 곳이다. 여행하기 전부터 이곳으로 온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레게 했던 곳이기도 하다.

도시라고 해봐야 편의시설이 거의 없고 현지인들의 생활을 위한 가게가 몇 군데 있을 뿐인 곳이다. 아들 지훈이를 데리고 힘든 길을 지나는 게 옳은 일일까 생각도 했지만 아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임을 확신하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다만 절벽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위험한 도로가 많은 구간이기에 더욱 집중해서 운전하기로 다짐을 한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 가려는 타지키스탄은 비자와 파미르 통행증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다행히 2017년부터는 인터넷으로 비자가 발급돼 누구나 휴대폰을 이용해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자, 이제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타지키스탄 파미르고원을 향해 떠날 시간이다. /시민기자 최정환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지원받았습니다.

20.jpg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