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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 골목에 갔다] (13) 마산 부림시장

세월이 선물한 무지갯빛 골목 잔치
아기자기한 길 미로 연상케 해
염색가게·닭곱창집 사라졌지만
생업 꾸리는 어엿한 삶의 터전

2018년 08월 22일(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무지갯빛 색깔의 마법사!

시장 안쪽 염색집에서 보는 색깔의 향연처럼 마산 부림시장 골목은 '팔색조'다.

창동 시장입구부터 바로 이어지는 떡볶이집 상가부터 지금은 달랑 한 집만 남은 염색골목, 맞은편 시장안쪽 포목점 미로, 부림지하상가.

시장골목이 끝났나 싶을 때 다시 시작되는 지하상가 위쪽 부림상시장 골목, 이제는 흔적만 남은 닭전골목, 그리고 1950년 전쟁통부터 도둑놈골목, 목공골목, 가구점골목으로 이름이 바뀐 옛 연흥극장 뒤쪽 골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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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복이상가 뒤 옛 염색골목

'6·25떡복이'로 대표되는 떡복이집들이 부림시장 골목잔치를 시작한다. 비싸야 5000~6000원, 튀김 2000원, 국수·순대·떡볶이는 3000원에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시키고 맛본다.

하지만 그 뒤 골목으로 내려가는 난간 간판 없는 염색집을 주목하는 이는 드물다. 10년 전 염색집 사장은 말했었다.

"이름? 이름은 무슨 이름 예. 돼씸미더. 이래 오래 해묵은 것도 미안한데. 사진 예? 그냥 가이소 마."

"6·25 뒤에 시장에 미군 군복이 쏟아졌다 아임미꺼. 진해에서 넘어왔지예. 그걸 사람들이 이 골목 안에 너덧개 있던 염색소에서 색깔을 바꿔 갔지예. 그래서 염색골목이라 안캅미꺼."

한때는 염색골목 이름이 번듯할 만큼 염색집들이 제법 있었다.

2006년 당시 염색사는 "내 나이 칠십둘인데 어쩌다 보니 이 골목에 염색사로는 혼자만 남게 됐다"며 염료 속에서 옷을 걸고 있는 막대기를 휘휘 돌렸었다. 막대기가 돌 때마다 여러 갈래 선이 생겼다. 마치 요리조리 부림시장 여러 골목이 생겨나듯….

12년이 지난 2018년 8월 15일.

휴가로 염색집 문은 닫혔고, 안내된 폰 번호를 눌렀더니 송남주(60) 씨가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은 3년 전에 돌아가시고, 제가 이어서 합미더."

"주로 개인고객들이 많지예. 나이든 분들이 많고 젊은 사람들도 가끔 찾습미더."

"색깔이야 못 내는 게 어디 있슴미꺼. 다 나오지예."

염색집 위쪽 상가 안 좁은 통로는 마치 '미로'를 연상시킨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재미가 있는데, 15일부터 휴가라 대부분 통로가 막혔다.

부림시장 본 건물 1~2층은 지금 포목점과 의류점, 창작공예촌으로 나뉜다.

아쉽지만, 부림지하상가 연결로는 열렸다. 들어서니 에어컨이 빵빵했다. 나중에 부림상시장 번영회장이 그렇게 부러워할 만했다.

상가 중간쯤 쉼터는 노인들 놀이터다.

◇"부림상시장은 버려진기라예!"

부림시장 골목여행은 지하상가 위쪽 옛 강남극장 일대 부림상시장에서 정점을 찍는다.

지붕에 아케이드가 씌워져 일부 개선이 됐지만, 1980년대 모습 그대로다. 30년을 한 세대로 친다면, 한 세대 이전 모습이다.

1970~80년대 성업했던 이 골목 닭곱창집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천장 낮은 다락방….

1982년 어느날 나는 고등학생 교복을 입고 다락방에 웅크리고 앉아 닭곱창에 소주를 마셨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만큼 강렬했다. 그날 가족들을 속였지만, 누워 자다가 울렁울렁 모든 걸 올려버리면서 탄로났다.

1988년 마산 가포에서 방위 받을 때는 고참과 다시 찾았다. 소대장 중대장 씹기도 하고, 가끔 "혁명이 필요하다"고 떠들기도 하면서 술을 마셨다. 그때도 나는 고등학생 때 기억 때문에 곱창은 먹지 않았다.

그 골목에는 지금 닭곱창 집이 남아있지 않다. 서원식품이라고 투명색 테이프의 가게 이름이 다 떨어진 채 녹슨 양철 외벽만 잔해로 남았다.

잔해에 붙어 이런저런 사진을 찍고 있자니 부림상시장번영회 이점선(63·사진) 회장이 지청구를 했다.

"그래 찍어가면 뭐 좀 나아지나? 제대로 알고 기사를 써줘야지!"

"부림시장 시작이 본래 여기 아임미꺼. 불이 나서 상시장, 하시장 나나 졌지만. 그런데 지금 하시장하고 여기는 천지 차임미더. 거는 에어컨 빵빵하제 구석구석 정비 다 돼 있제, 그런데 여는 옛날보다 몬하다. 에어컨이 되나 주차가 되나? 있는 가게도 다 나가삣다!"

기자가 잘못한 듯, 강력한 어필이다. 그 미안함을 창원시청, 마산합포구청 담당자에게 전하고 싶을 정도다.

"내일 요 앞에 가게에서 총회 하낌미더. 회비 내는 점포가 서른여덟 집인데, 우짜낌미꺼 모이야지예!"

맞씸미더, 모이야지예 뭉차야지예. 파이팅임미더!

◇도둑놈골목이라니?

1950년대에는 '도둑놈골목'이라는 험한 이름이 있었다.

부림상시장 옆, 옛 연흥극장 뒤편에 있는 지금의 가구점 골목이다. 60년 이상 흐르는 세월따라 이름도 변했다. 도둑놈골목에서 목공골목으로, 다시 가구점골목으로….

목공점이 많아 목공이고, 가구점이 많아 가구점골목인 건 알겠는데 왜 하필 도둑놈골목이지?

연륜도, 이곳 경륜도 어지간히 돼 보이는 점주가 그 이름을 듣더니 싱긋이 웃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노? 신문기자라서 그렁가?"

"6·25전쟁 통에 미군들이 저거 물건 빼돌리서 여기다 내놓고, 또 미군한테 빼돌린 한국사람들이 내놓고 해서 생긴 말 아임미꺼. 그중에 탄피가 많았다 카던데…."

"와 옛날에 넝마주이가 안 있었소? 그 양반들도 수거한 물건들 중에 값 나갈만한 걸 여기다 내놨다 카더라고."

여기서 생업을 꾸리는 사람들이야 "다 죽었지 뭐"라고 푸념들 해도 그리 보이지 않는다. 질기고도 어엿한 삶의 터전이다. 여전히 목공골목이고 가구점골목이다.

여기서도 한 점주가 제안했다.

"연흥극장 자리 사설 주차장을 창원시가 공영으로 운영했으면 해요. 번듯하게 지어놓고 주차비도 내리고 하면 이 골목도 더 잘될 거고, 부림상시장 쪽 사정도 나아지겠지!"

염색골목, 포목점골목, 닭전골목, 목공골목….

부림시장에 숨은 골목은 요 모양 조 모양 '팔색조'다.

모양이 다른 만큼, 사연도 다 다르다. 

2006년 4월 22일 자 '골목과 사람 (7) 마산 부림시장 염색골목'.
2006년 4월 29일 자 '골목과 사람 (8) 마산 부림시장 닭전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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