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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드리는 편지]출판사가 어디에 있든 관심이 없다고요?

입력 : 2018-10-02 15:13:58 화     노출 : 2018-10-02 15:15:00 화
김주완 편집책임 wan@idomin.com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근거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법인인데요. 여기서 일하는 문화지원본부장 직무대행이라는 분이 지역출판사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합니다.

"제 생각입니다. 제 생각인데, 결국은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있는 출판사, 파주에 있는 출판사… 출판사잖아요? 대구에 있는 출판사, 부산에 있는 출판사, 광주에 있는 출판사…, 같은 출판사에요. 독자는 이 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결국은 콘텐츠거든요. 그래서 독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콘텐츠, 그리고 독특한 지역문화와 연관되면서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하고 독자에게 내놨을 때 선택받는다면 지역출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지역출판사 경영하시는 대표님들한테 드리고 싶은 말은 콘텐츠에 좀 더 많이 신경을 쓰셔서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시면 앞으로 지역출판도 무궁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이상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들리시나요? '출판사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콘텐츠만 좋으면 독자가 선택해줄 것이다, 지역출판사의 책이 안 팔리는 건 결국 여러분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 탓이다, 그러니 지역출판 육성을 위한 예산이 적다고 불평하지 마라'는 뜻으로 읽히지 않나요? 게다가 그의 이 발언은 진흥원의 지역출판 예산을 설명하던 끝에 나온 말이었으니까요.

물론 얼핏 들으면 원론적으로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콘텐츠 중요하죠. 그런데, 독자는 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 관심이 없다니요? 그래서 '지역'과 관계없이 잘 팔릴 책이나 만들라는 말씀인가요? 출판사가 대구, 부산, 광주에 있더라도 전국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먹히는 콘텐츠를 책으로 내면 독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으니 징징대지 말라는 말씀이지요? 도대체 먼저 발표한 사람들의 말을 듣기나 한 건가요?

이 발언이 나온 자리는 지난 9월 8일 한국출판학회와 한국지역출판연대(이하 한지연) 공동주최로 '지역문화와 지역출판'이라는 주제의 콘퍼런스가 열린 수원 선경도서관이었습니다. 수원 한국지역도서전을 기념해 열린 행사였죠.

황풍년 한지연 대표는 그날 인사말에서 "한국의 지역출판인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거대자본과 대규모 시장을 통해 좌우되는 책의 생태계 밖에서 힘겹게 책을 만들어 왔다"면서 "오직 지역 사람들의 삶, 지역공동체 문화와 역사를 담아 후대에 물려줄 공공의 자산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판업을 이어왔다"라고 했죠.

그리고 발제를 한 최낙진 제주대 교수도 이렇게 말했죠.

"지역 책은 생산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그것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는 지극히 협소한 독자 시장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상품이다. 이러한 지역 책 상품을 시장 논리에만 맡겨놓는다면 지역 책들은 머지않아 사라지고 말 것이다.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대가 없다는 이유로 지역 책이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지역은 지식과 정보가 생산되지도 발신되지도 않는 문화의 불모지가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김정명 신구대 겸임교수도 "지역이 문화의 소비지가 아니라 발신지가 되려면 지역출판이 있어야 발신되고 공유되어 널리 알려질 수 있다"고 했잖아요.

적어도 이들의 발표를 들었다면 "독자는 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 관심이 없다"는 발언은 절대 나올 수가 없죠.

당장 우리가 낸 <경남의 재발견>, <맛있는 경남>, <남강 오백리 물길여행>만 해도 경남에 있는 출판사가 아니면 어느 출판사가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낼 것이며, 경남 이외의 어떤 독자가 이 책을 사볼까요? 부산 출판사 산지니가 부산 콘텐츠로 낸 수많은 책들, 광주의 전라도닷컴이나 심미안이 낸 전라도 책들, 대구 학이사가 낸 대구와 경북에 대한 기록, 제주 도서출판 각이 만든 제주 콘텐츠들은 당연히 그 지역 사람들이 최우선 독자가 되겠지요. 그런데 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는 관심이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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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대상으로 낸 책도 잘 안 팔리는 시대에 한정된 지역의 독자를 대상으로 내는 책이라 더 힘들지만, 우리가 아니면 누가 우리 지역 사람들의 삶과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겠느냐며 사명감 하나로 버텨온 지역출판인들 앞에서 그게 과연 할 소리입니까?

이상, 저희 독자님들께 이렇게 고자질이라도 해야 분이 풀릴 것 같아서 쓴 저의 푸념이었습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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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 김주완 기자
  •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이사/출판미디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월간 <피플파워> 간행과 각종 출판사업, 그리고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 업무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