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라 용감했던 1974년 세 친구의 우정
진주고 동문·대학 동창 저자들44년 전 무전여행기 책으로 내
"냉엄한 세상 사는 데 큰 도움"
작년 탈고 앞두고 추억여행도

▲ 진주고교와 경상대 사범대학 동문인 전·현직 교장 세 사람이 44년 전 무전여행 경험을 책으로 엮어 화제가 되고 있다. 1974년 여행 당시 모습/저자
"44년 전 대학 1학년 때 2개월간 전국을 무전여행 한 경험은 냉엄한 실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경험이 되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꼭 무전여행을 권하고 싶다."

전·현직 교장 3명이 1974년 12월 20일부터 2개월간 무전여행을 경험으로 한 책을 출판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저자들은 2018년 탈고를 앞두고 44년 전에 갔던 길을 다시 찾아나서 많은 사람들과 재회하는 의미 있는 제2의 추억여행도 다녀왔다.

책을 낸 주인공은 안명영(66) 전 진주 명신고 교장, 최진철(66) 전 하동 옥종고 교장, 그리고 이달 말 퇴직하는 김동환(65) 경남과학교육원 원장이다.

이들은 모두 진주고등학교 동문이면서 경상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직에 몸 담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총 여정은 약 2109㎞로 약 5500리에 달한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여행수단은 경운기와 소달구지였으며 열차, 버스, 트럭, 군용차, 삼륜차, 심지어 여객선도 이용했다.

2개월간 이들의 잠자리는 학교 숙직실, 새마을회관, 마을이장 집, 개인집, 친척집, 소개 받은 집, 여인숙, 여관, 역 대합실, 근로자 합숙소, 독서실 등 다양했다.

무전여행은 제1장 '진주를 떠나 전라도로 향하다'에서 기차로 진주를 출발해 하동 섬진강~순천~보성·벌교~장흥~강진~영암~나주~광주~담양~순창~남원~전주~군산 등 전라도로 향하는 여행의 설렘과 그곳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다뤘다.

▲ 44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인 최진철(왼쪽), 안명영(가운데), 김동환 씨/저자
당시 상황을 세세하게 적은 글들이 4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읽으면서 새로운 감명을 불러일으키고, 대학생들의 순수한 마음과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음식을 내주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 당시 넉넉했던 인심들이 흠뻑 묻어난다.

제2장은 '찬란한 백제문화를 탐색하다'라는 주제로 장항제련소와 풍농 비료농장을 둘러보고 서천~논산~대전~계룡산 동학사·갑사~공주박물관~청주 중앙공원~천안 여정을 소개한다.

당시 무전여행에서 가장 많이 이용했던 기차로 이동할 때 차비 없이 타다가 잡힌 일화와 일반 가정집에서 저녁을 얻어먹고, 천안역 벤치에서 자면서 밥을 대접 못해 사먹으라고 준 비상금 200원으로 소주 한 병과 뽀빠이 5개로 저녁끼니를 해결하는 초라한 마음을 위로하기도 한다.

제3장 '경기도와 인천으로 향하다'에서는 오산~수원화성~안동 김씨 묫자리, 수인선을 타다 배가 고파 쌀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어렵게 쌀을 얻는 에피소드가 묘사되어 있고 친구들과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재미를 더한다.

제4장은 서울 명동거리~산업지대 구로공단~동작동 국립묘지~장충단공원·남산공원을 둘러보고 김포공항에서 재떨이에 버린 긴 담배꽁초 '장초'를 모으는 내용들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제5장은 '역사의 아픔과 흔적의 땅, 강화도' 이야기를, 제6장 '강원도로 발길을 옮기다'에서는 춘천으로 가는 기차에서 무임승차했다가 시간을 잘 몰라 기차를 놓친 사연과 생고구마로 끼니를 해결하는 눈물겨운 사연들이 다소곳이 들어있다. 소양강댐과 원통, 속초,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이야기도 담겨 있다.

제7장은 '경상북도로 이동한다'로 영주역 대합실에서 구정을 앞두고 승객들에게 술과 사과를 얻어먹는 장면과 영주~안동 간 열차에서 낮잠을 자다 검표원에게 들켜 쫓겨나는 장면들도 나온다.

▲ <젊은 날 59박 60일의 전국일주 무전여행> 안명영,최진철,김동환 공저
세 명의 원정대원들은 포항을 떠나 부산에 도착해 용두산공원과 부산역을 둘러보며 진주로 향하는 순천행 열차에 무임승차했지만 차장에게 잡히고 만다. 승무원은 그들에게 "먹고 자고 차타는 것은 공짜로 해왔군, 요령만 배웠군. 세상은 만만하지 않아. 공짜가 통한다고 생각하면 잘못이야. 사회에 대한 빚이라 반드시 갚아야 되는 거야"라고 타이른다.

이들은 44년 만에 똑같은 여행길에 올라 진주역 역전식당 할머니를 만났고, 중양리 이장의 아들을 찾았고, 덕산부락 마을회관에서 밥을 해주었던 아주머니가 할머니가 된 천전리 이장 가족도, 편지를 주고받던 여인도 함께 만났다.

이들은 또한 책 1200권을 도내 초중고와 도서관에 기증,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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