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 달력을 유심히 본다. 갓 넘긴 4월 달력은 절기를 빼고도 국가기념일이 많다. 직장인들이라면 우선 찾게 되는 '빨간날', 평일 공휴일은 아쉽게도 하루뿐이다.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총선)이다. 12개 기념일을 짚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3일은 제주 4.3희생자추념일이다. 이승만 정권 시절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대학살 사건. 1948년 당시 제주도 인구 3만여 명 중 10분의 1 이상이 희생됐다. 2014년에야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올해 76주년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3.15의거 정신을 본받아, 좋은 정치 하겠습니다.'지난 1월 10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립3.15민주묘지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그는 이날 창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 전 3.15민주묘지에 들러 참배했다. 최형두 도당위원장과 윤한홍·강기윤·김영선 등 창원 5개 선거구 현역 국회의원 중 이달곤 의원을 뺀 4명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한 위원장이 본받고자 한 3.15의거 정신은 뭘까? 함께한 창원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역사를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었을까? 삐딱한 의문은 한
22대 총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비후보자들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정작 게임의 룰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은 감감한데, 정치권은 이합집산에 바쁜 모양새다.경남에서는 10일 오후 7시 현재 16개 선거구에 69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15명, 국민의힘 45명, 정의당 1명, 진보당 6명, 자유통일당 2명이다. 지역구별로는 김해 을이 8명으로 가장 많고, 창원 의창 7명 순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현역 의원들까지 가세하면 공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휴대전화부터 뒤적인다. 밤사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뉴스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휴대전화 보급률 97%, 세계 1위 나라 국민의 흔한 일상이다.국내 온라인 뉴스 소비 창구로서 포털의 장악력과 영향력은 막강하다. 포털 시장을 양분하는 네이버와 다음이 대표적이다. 내 주변 지인들은 다음을 선호했다. 다음은 첫 화면에 뉴스가 바로 떠 스크롤만 하면 되는데, 네이버는 뉴스를 보려면 검색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라고 했다. 나 역시 주로 다음에서 뉴스 제목을 훑다가 '경남'을 검
'성공적 한미일 정상회의, 위험은 줄고 기회는 커집니다.'출근길 건널목을 건널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정당 펼침막. 문구를 보는 순간, 기회가 기회주의자로 읽혔다.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고, 어떤 기회를 얻었다면 그건 기회주의자가 아닐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윤한홍 국회의원에게 기회는 뭘까? 3선을 향한 총선 공천일까?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를 배려해 정상회담 뒤로 오염수 투기를 미뤘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과연 누가 누구를 배려(?)하고, 그 배려로 기회를 얻은 자는 누구일까.조금
이달 들어 '단체장 취임 1년' 기획 기사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7월 1일 출범한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을 시작으로 도내 18개 시장·군수가 한 지면씩 소개된다. 지난 1년간 공약 이행률 등을 짚어보고, 주요 현안은 직격 인터뷰로 단체장들 구상이나 견해를 직접 듣고 있다.지방정부 수장인 이들은 언론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같은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이들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지방의원들은 어떨까? 자기가 사는 지역구 도의원이나 시의원 이름을 아는 유권자는 얼마나 될까? 솔
평소 어린이집 교사와 간호사를 존경하는 직업으로 꼽아왔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나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돌보는 일이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로 여겨져서다. 그 어렵고 힘든 일을 해내는 이들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초중고 교사나 대학교수·의사들은 사회적 지위와 보상을 받는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어린이집 교사와 간호사는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20~30대를 비롯해 경력 쌓인 중장년까지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이 직업이 지금보다 더 대우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최근 이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선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이 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지난 주말 '창원특례시장배 전국사격대회'(29일~4월 4일) 공식 홍보 펼침막에 일장기가 쓰였다가 철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지'라는 반응이 나왔다. 같은 심정이었다.지난 16일 한일정상회담 이후 굴욕외교로 나라가 뒤숭숭한 판국에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104주년 3.1절 독립만세운동 기념 재현행사로 도내 곳곳에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3월 아닌가. 그런데 창원시내에는 욱일기가 연상되는 유니폼을 입은 일본 선수 사진이 실린 배너가 내걸렸다.창원시는 대회를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를 나흘 뒤 주말에 서둘러 봤다. 지난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돼 기립박수를 받았지만, 국내에서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아 보인다. 창원에서는 상영관이 적고 하루에 2~3번밖에 편성되지 않아 조조영화 시간대에 겨우 볼 수 있었다. 2주가 지난 현재 멀티플렉스에서는 사라졌고, 마산 독립예술영화관인 '씨네아트 리좀'에서 볼 수 있다.영화는 대기업 하청업체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특성화고등학교 학생 소희의 죽음을 다룬다. 2017년 1월 전북 전주
이쯤이면 소송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취하하길 권한다. '날리면'이 아니라 '바이든'에 한 표를 던진다. 쪽팔리겠지만 우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 소송 비용은 누가 내나? 국민 세금 아닌가?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비속어 발언으로 외교 참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를 첫 보도한 MBC 취재진 전용기 탑승 배제에 이어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도 중단했다. 전례 없는 언론 통제를 두고 대통령실은 국익 훼손을 이유로 들었지만, 취재 훼방으로 읽혔다.
'오늘밤 한국 첫 경기 승전보 가능성 25%'. 지난달 24일 자 본보 16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축구 기록 전문 매체 '옵타'가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의 H조 첫 경기 우루과이전 승리 가능성을 점친 내용이다.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기사를 전재한 것이지만, 지면 편집을 하면서 부담감이 있었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분석한 예측이라고 해도 경기를 하기도 전에 초 치는 것 같은 찜찜함이 들어서다.예측은 빗나갔다. 이어진 가나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넥슨의 연구조직 인텔리전스랩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한국 승률은 71%, 패
오래전 읽은 철학 입문서에서 현상과 본질을 배웠다. 책 속의 수많은 개념과 용어가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지만, 두 단어만큼은 각인됐다. 지식도, 사회경험도, 모든 게 부족했던 20대의 젊은 나는 눈앞에 보이는 게 전부인 양 쉽게 판단하고 분노했다. 그런 시기에 현상 이면에 있는 본질을 봐야 한다는 깨우침은 비수처럼 꽂혔다. 어떤 현상을 두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는 직업을 갖게 된 뒤로 자주 되새기게 된 말이기도 하다. 물론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했다고 말할 처지는 못 된다.'서울 한복판에서
신문사에서 편집기자를 흔히 '첫 번째 독자'라고 일컫는다. 취재기자들이 기사를 마감하면 데스킹 과정을 거쳐 편집기자가 다시 읽는다. 편집기자 역할은 종이신문을 읽는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다. 독자들은 보통 사진이나 제목을 보고 무슨 뉴스인지 판단하고 기사를 읽기 시작한다. 편집기자들은 첫 번째 독자가 돼 한정된 지면에 어떻게 사진을 배치하고, 제목을 뽑아 읽고 싶은 기사를 만들지 고민한다. 그러니 '독자의 시선'에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디지털시대에 종이신문 독자가 크게 줄었지만, 신문사 온라인 기사에서도 클릭 수를 이끌어낼
지난 8일 경남여성가족재단(이하 재단)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2020년 6월 재단이 만들어진 지 2년여 만이다. 노조 설립은 당연하고 반가운 일이지만, 배경을 따져보면 씁쓸하다. 노동자 권리 확보와 노동환경 개선 등 노조 역할은 크다. 특히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면 노동자에게 노조는 더할 나위 없이 큰 힘이 된다. 이번 재단 노조 출범은 노동자 생존권을 넘어 재단 존폐가 달린 문제에서 비롯됐다. 파견공무원을 뺀 재단 구성원 21명 중 20명이 노조에 가입한 사실만 봐도 결코 일부 구성원의 목소리나 의지만으로 보이지 않는다.박완수 도정
매일 하루 1만 보를 걸으려고 애쓴다. 집과 회사가 가까워 걸어서 출퇴근해도 1만 보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여유가 있을 땐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아가며 1만 보를 채운다. 건강에도 좋지만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몇 해 전 후배가 알려준 '걷기만 해도 돈이 되는 신기한 만보기' 앱을 휴대전화에 깔아놓고 수시로 확인한다. 보물상자에 적힌 숫자만큼 누르면 1캐시씩 쌓인다. 하루에 1만 보를 걸으면 100캐시, 100원이다. 가끔 밀린 캐시를 뿅뿅 오락실게임 단추 누르듯 연타하고 있으면, 친구는 '100원 벌려고 별짓 다 한다'는 듯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양강'으로 자리 잡은 박민지(24)와 임희정(22)의 라이벌전이 경기도 포천으로 옮겨 열린다.둘은 오는 24일부터 사흘 동안 경기도 포천시 포천힐스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 컵(총상금 8억 원)에 나란히 출전한다.임희정과 박민지는 지난 19일 한국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임희정은 우승, 박민지는 3위를 했다.한국여자오픈 타이틀 방어에는 실패했지만 상금랭킹 1위(4억 9403만 원), 다승 1위(2승),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는 박민지는
올해 3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113곳(49.6%). 경남은 18개 시군 중 13곳이다. 70%를 웃돈다. 합천·남해·산청·의령·하동군 5곳은 고위험, 함양·고성·창녕·거창·함안군과 밀양·사천·통영시 8곳은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로 나눈 값이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단계다. 지수 0.5란 가임기 여성인구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절반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정부는 올해부터 10년 동안 해마다 1조 원(올해는 7500억)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한다고
216m. NC다이노스의 2군 구장인 마산구장 마운드에서 1군 안방구장 창원NC파크 마운드까지 직선거리다.NC의 좌완 에이스 구창모(25)는 단숨에 달려갈 수 있는 이 거리를 무려 551일 동안 돌아왔다.2020년 11월 23일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5차전을 끝으로 1군에서 사라진 구창모는 지난달 2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안방경기를 통해 1군 복귀전을 치렀다. 1군 무대를 다시 밟기까지 딱 551일이 걸렸다.그동안 구창모는 부상에 시달렸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왼쪽 척골(팔꿈치 아래 뼈) 통증으로 고생하다 지난해 7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관계자들을 만났다. 뜻밖의 민원 고충을 털어놨다. 선거기간 대구문화재단 관계자들이 몇 차례 진흥원을 방문하고 수시로 전화해 이것저것 문의한다는 것. 당시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대구문화재단과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통합을 공언해서다. 보수색 강한 대구에서 홍 후보 당선 가능성이 큰 데다 전적을 보면 밀어붙일 게 뻔해 재단이 미리 대비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홍 후보는 78.75%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재단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남 일 같지 않은 게 홍 당선자가 대
스물두 살 나이마는 열여덟 살 때 ISIS(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에 붙잡혀 갔다. 남자들은 제비뽑기로 나이마를 성 노예로 삼았다. 12명에게 "염소처럼 팔려 다닌" 나이마는 그들 이름을 모두 기억했다. 죗값을 치르게 하리라 다짐하며.은 '전시 강간'에 관해 쓴 책이다. 저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중동·아프리카·유럽·동남아시아·남아메리카 등 대륙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전쟁 참상을 보도해왔다.'여성의 몸, 전장이 되다'는 제목으로 쓴 첫머리에서 저자는 "최악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생각할 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