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은 쿠데타가 아니라 군사혁명이다.” “북한은 정식 국가가 아닌 괴뢰집단이고, 통일은 가치 없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중등교사 직무연수에서 한 강사가 한 말이다. 독재권력과 군사정권이 만든 국정교과서 수준의 강의가 말썽이 되고 있다. 국정교과서는 ‘나의 생각과 다르면 틀린 생각’이라거나 ‘선이 아니면 악’이 되는 획일적인 인간을 양성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러한 국정교과서를 ‘검인정교과서’로 바꾸겠다는 방안을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6일 초·중등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는 국어·국사·도덕 등의 국정교과서를 검·인정이나 자유발행제로 바꾸는 방안을 적극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제도는 1950년 제정된 ‘국정교과서편찬규정’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후 1977년에 제정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서 1종인 국정교과서와 2종인 검·인정 교과서로 분류했다. 1종인 국정교과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저작권을 가진 교과서요, 2종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검정을 받은 교과서다. 현행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초·중등교육법 제29조에 의거 국어와 도덕을 비롯한 일부 교과서만 국정교과서로 두고 나머지는 검·인정제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1종인 국정교과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2종의 경우 담당교사들이 논의를 거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후 최종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교과서란 교육의 주된 내용을 수록한 지식체계며 교육수단이다. 어떤 교과서제도를 채택하느냐는 것은 학습자에게 어떤 내용을 가르치느냐하는 중요한 문제다. 지금까지 교과서가 국정으로 묶여 있었던 것은 국가가 필요한 지식을 자의적으로 선정해 순종적인 인간을 양성하자는 뜻에서였다. 5·16을 혁명으로, 제주도 사건을 폭동으로 기술한 것은 이러한 권력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독재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가 교육권을 장악하던 시대는 마감해야 한다. 국정교과서로는 국제사회에 적응하는 창의적인 인간을 양성할 수 없다. 현행 국어와 도덕을 포함한 국정교과서와 검·인정 교과서는 자유발행제로 바꿔야 한다. 교육부가 선정한 지식만이 가치 있다는 국정교과서가 남아 있는 한 질 높은 교육은 불가능하다. 교육부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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