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고객과 소통하는 자리에서 밝혀…시장 확대, 이물질 이슈 등에 대해 적극 해명

"1985년 '조그만 일에도 정성을 다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출발했는데, 정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반성하고 있습니다."

고객 약 150명 앞에 선 최재호 무학그룹 회장은 가감없는 쓴소리를 메모하며 정성껏,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대답했다. 애정 어린 질타에 때로는 생각에 잠긴 듯했고, 고마운 마음이 전해질 땐 쑥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무학그룹은 7일 오후 2시 창원 무학 창원1공장 본사 다목적홀에서 고객들과 소통하고자 '좋은데이 고객과 함께하는 CEO와 대화의 장'을 열었다.

먼저 수도권 진출 이후 지역 홀대, 제품 안정성 문제, 금융상품 과다투자, 기업의 사회적 책무 등 최근 이슈에 대해 최재호 회장과 관계자들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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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데이 고객과 함께하는 CEO와의 대화 행사가 7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무학본사에서 열렸다. 최재호 무학회장이 각종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수도권 시장으로 영업망 확대에 대해 "당시 동남권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80% 이상 시장지배적인 상황으로 기업 성장을 위해 신규 시장 개척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기존 간부급 인원을 수도권으로 재배치해 지역 신규 채용은 오히려 늘었고, 기존 장학, 문화, 예술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은 기업 성장과 함께 규모를 늘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창원2공장 지하수 부적합 이슈는 "해당 지하수를 실제 제품을 만들거나 병 세척에 사용한 적은 없다"며 "단순 공장 청소용수로만 사용했으며 당시 부적합 판정과 함께 폐공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상품 과다투자 우려에는 "내부규정과 제정·투융자심의위원회를 거치고 금융기관 전문가로부터 의견청취 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투자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CEO와 대화에서는 도수가 높은 신제품 출시 의향부터 CEO의 경영 방침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을 관통하는 핵심은 '변화에 대한 갈망'과 '향토기업에 대한 응원'이었다.

무학의 경영 가치를 묻는 말에 최 회장은 "기업인은 가치를 갖고 살아야 한다"라며 "'내가 생각한 가치가 사회에 제대로 접목하고 있나'하고 반성하는 이유는 지역민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끝까지 정성을 다하지 못한 탓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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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데이 고객과 함께하는 CEO와의 대화 행사가 7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무학본사에서 열렸다.최재호 무학회장이 대화의 시간을 끝낸후 고객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다른 참석자는 "향토기업이 불황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과거 소비자들도 변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일자리 창출에 책임을 느끼고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최 회장은 "정성 없이 판촉하는 직원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나무라서 되는 것이 아니다"며 "내부 고객(임직원)에 정성을 다하지 못한 부분을 반성하고 있다. 초심 잃지 않도록 각오를 다지겠다"고 답했다.

최근 고전하는 원인을 묻자 "고객 요구에 맞는 제품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지금까지 무학은 새로운 도전으로 성공했다. 그동안 기존의 벽을 과감하게 깨 왔는데, 그 지점에서 시장을 잃은 면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환경단체에서 근무하는 한 참석자는 "다른 나라의 환경단체를 데려와도 부끄럽지 않도록 깨끗하고 착한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에 최 회장은 "환경부분은 두 가지인데 먼저 기업 환경부분은 폐수처리를 고가의 혐기성공법을 사용할 정도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지역사회 환경부분은 환경단체와 함께 해야 한다. 환경단체도 무학과 함께 연대할 게 있다면 제안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재호 회장은 마무리 인사에서 "무학이 고객 사랑을 과분하게 받았다"며 "고객에 받은 사랑을 어떤 헌신으로 보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무학은 적극적인 나눔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학이 100% 출자해 설립한 좋은데이나눔재단은 현재 약 180억 원 자산을 바탕으로 소외계층을 돕는 사랑나눔 실천 캠페인을 하고 있다.

무학은 또 이날 행사 직후 자기주식 처분 결정 공시를 했다. 처분예정주식은 보통주 20만 주로 1주당 주식 가격은 1만 8300원, 처분예정금액은 36억 6000만 원이다. 처분은 8일 시작해 오는 14일 완료할 예정이다. 무학은 자기주식 처분을 사회공익활동 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했다.

한편, 최 회장은 하이트진로 마산공장 인수와 관련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관련 질문에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에게 세 차례나 말했다. 필요하면 고용승계도 하겠으니 조건을 말하라고 얘기했다"라며 강한 인수 의지를 비쳤다.

최 회장은 "하이트진로가 맥주공장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공장설비 과잉과 자금 때문"이라며 "다품종을 생산하는 전주공장보다는 생산이 힘든 마산공장 매각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이트진로 마산공장은 물 좋은 마산의 자존심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무학이 꼭 인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큰 이윤이 남지 않더라도 90년간 주류기업을 운용한 무학의 노하우를 적용하면 새로운 맛과 품질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나름의 자부심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무학이 하이트맥주 마산공장을 인수해야)지역경제가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9월 한 언론매체 보도와 관련해 '생산 효율화를 위해 맥주공장 중 1곳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맥주공장은 마산공장을 포함해 전북 전주, 강원 홍천 등 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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