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일보다 앞당겨 통영서 비공개로 유해 안장
국제 음악당 뒤편 묘역 바위에 '처염상정'새겨

윤이상 선생 유해가 통영국제음악당 뒤편 통영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안장됐다.

통영시 등에 따르면 선생 유족은 통영시추모공원 내 임시 보관했던 유해를 우리 고유 풍습에 맞게 좋은 날을 잡아 지난 20일 안장했다. 산소는 통영국제음악당 뒤편 한산도가 보이는 곳이다. 안장식에는 딸 윤정 씨를 비롯해 통영국제음악재단 관계자 등 4∼5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98㎡(30평) 규모인 묘역은 선생이 그토록 원했던 통영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자연장 형태다. 묘지는 1m 높이 향나무와 해송을 심고 선생의 산소임을 알리는 바위를 눕혀서 놓았다. 바위에는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한다는 뜻인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사자성어를 새겼다. 이 글자 아래에는 윤이상 선생의 한글·영문 이름과 생몰 연도인 '윤이상, ISANG YUN, 1917~1995'를 새겼다.

28일 오후 통영시 도남동 통영국제음악당 뒤편에 독일에 묻혔던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선생 묘역이 조성됐다. /연합뉴스

당초 안장은 30일 통영국제음악제에 맞춰 하려 했지만 보수단체 반발 등을 유족이 우려해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통영시 관계자는 "30일 추모식은 예정대로 한다"며 "유해 안장은 유족이 좋은 날을 잡아서 안치했다. 유족이 조용히 안치하고 싶어했고, 먼 곳에서 돌아왔지만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날을 피하려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선생 유해는 지난달 23일 독일 베를린시 가토우 공원묘지에서 이장식을 하고, 25일 김해공항을 통해 고향 통영으로 돌아왔다. 선생이 고국을 떠난 지 49년 만이었다.

윤이상 선생은 1967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확대·과장되고 불법 연행과 고문 등으로 결론난 동백림 사건 당사자라는 이유로 입국금지된 다음 살아생전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선생은 뉴욕 브루클린 음악원 선정 '유사 이래 최고의 음악가 44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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