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웅크리게 하는 찬 기운을 밀어내고 모처럼 햇살이 잔잔히 비친 골목 어귀에서 잠시 쉼을 청한다. 양지바른 곳에 앉은 할머니 옆에 녀석이 조용히 궁둥이를 붙인다. 지나는 차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다가도 세월에 그을린 할머니 얼굴을 틈틈이 핥는다.

"강아지가 애교 많네요." 낯선 이의 목소리에 녀석의 눈빛이 반짝인다. "아들이 유기견보호센터에서 데리고 왔어."

철장 안에서 두 다리를 들고 서 있는 녀석을 가리키며 안락사를 앞두고 있다는 직원 말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아들. 종일 TV만 봤던 할머니는 녀석이 온 뒤로 그나마 말 한마디 붙이며 웃는다고.

사료도 간식도 옷도 산 할머니는 돈이 많이 든다며 녀석의 머리를 콕 쥐어박으면서도 이내 쓰다듬는 손길에 어쩔 수 없는 애정이 묻어난다.

/문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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