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악양에 생긴 제로웨이스트 샵
선순환과 연결성 꿈꾸며 시작

 

하동 악양면에 문을 연 제로웨이스트 숍 '모두의 가게.' /모두의 가게
하동 악양면에 문을 연 제로웨이스트 숍 '모두의 가게.' /모두의 가게

지난 9일 하동 악양면사무소 맞은편에 제로웨이스트 숍 '모두의 가게'가 문을 열었다. 제로웨이스트 숍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포장재 사용과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가게를 말한다.  

◇선순환을 꿈꾸며 = 모두의 가게도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버려진 물품이 다시 누군가에게서 쓰도록 돕는다. 이곳에서는 포장되지 않은 친환경 설거지바와 천연라텍스 고무장갑, 과탄산소다 세탁비누, 단호박 황칠나무수액 린스 등 친환경 제품을 판매한다. 또, 누군가가 필요없다고 여기는 생활용품들이나 장신구 등 진열돼 있다. 

모두의 가게는 '모두의 냉장고', '모두의 책장', '모두의 옷장' 공간으로 나뉜다. 모두의 냉장고엔 지역 농민이 키운 채소와 마당에서 자유롭게 키운 닭이 낳은 달걀 등이 있다. 모두의 책장은 누군가가 읽은 책을 다른 누군가가 언제든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해 뒀다. 모두의 옷장에서 누군가가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동 악양면에 문을 연 모두의 가게에선 친환경 제품과 누군가 더이상 쓰지 않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백솔빈 기자
하동 악양면에 문을 연 모두의 가게에선 친환경 제품과 누군가 더이상 쓰지 않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백솔빈 기자
하동 악양면에 문을 연 모두의 가게 안 모두의 옷장. /백솔빈 기자
하동 악양면에 문을 연 모두의 가게 안 모두의 옷장. /백솔빈 기자
하동 악양면에 문을 연 모두의 가게 안 모두의 책방./백솔빈 기자
하동 악양면에 문을 연 모두의 가게 안 모두의 책방./백솔빈 기자

모두의 가게는 하동 악양 '이로운 궁리' 모임에서 활동하는 오주옥, 송혜영, 이단비, 김민주, 김건해, 문혜아, 나은동, 정진이 씨가 함께 마련한 공간이다. 이들은 지리산산악열차반대위원회나 하동참여자치연대, 하동 주민 신문인 〈오! 하동〉에 참여하며 자연스레 모임으로 발전했다.

2022년에 시작한 이 모임은 말 그대로 지구에 '이로운 궁리'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누나 고체 치약, 비닐 랩을 대체할 수 있는 허니랩(천에 밀랍을 먹여 만든 랩)과 같은 물건을 만들며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  

모임을 하다 보니, 하동 악양과 같은 작은 지역에서 생태적인 선순환을 그려내긴 쉽지 않았다. 지역 인구도 적은데다 만나는 사람도 한정적이었다. 이 와중에 집집마다 버리긴 아깝지만 안 쓰는 물건은 계속 쌓였다. 애매한 물건들을 모아 새로운 소비로 연결면 좋겠다 싶었다. 이런 과정 속에 '우리끼리 말고 열린 마음으로 모두를 만나자'는 취지에서 '모두의 가게'를 열기로 결정했다. 가게 위치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면사무소 맞은편으로 잡은 것도 같은 취지다.

애초에 이익을 바라고 시작한 가게가 아니다. 물건이 돈의 가치로 환산되진 않았으면 해서 최대한 저렴하게 내놓았다. 그렇지만 옷 같은 경우는 너무 싸다 보니 과도하게 옷을 사가는 경우도 있었다. 과소비를 막고자 가격을 조금 올리는 걸로 조정했다. 모두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을에서 지구에 해가 되지 않는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란 고민과 이어진다.

하동 악양면에 공간 모두의 가게를 연 이로운 궁리 구성원들. /모두의 가게 
하동 악양면에 공간 모두의 가게를 연 이로운 궁리 구성원들. /모두의 가게 
하동 악양면에 문을 연 모두의 가게 내부./백솔빈 기자
하동 악양면에 문을 연 모두의 가게 내부./백솔빈 기자

◇연결되길 꿈꾸며 = '이로운 궁리' 구성원들 의견을 들어보니 모두 다른 이들과 연결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 모두의 가게는 누구나 언제든 무료로 공간을 대여할 수 있다. 수요일 공간지기인  정진이(43) 씨는 "내가 사는 지역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건 곧 그곳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며 "결국 함께 사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커뮤니티는 내가 재밌는 일을 벌이고 싶게 만드는 큰 이유"라고 말했다. 

화요일 공간지기 나은동(53) 씨는 "우리 사회에서 공동체가 깨지고 있다는 건 거대한 흐름"이라며 "이 공간이 그런 큰 흐름을 막을 순 없지만, 그 변두리에서 옆구리를 툭툭 찌르듯 재미있게 딴짓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도 마을에 생긴 '모두의 가게'를 환영하고 있는 듯했다.

악양에 사는 70대 유 모 할머니는 서로의 물건을 사고 파는 모두의 가게를 보며 캄보디아를 여행하던 중 본 한 장면을 떠올렸다.

"예전에 캄보디아에 놀러 갔을 때 오지 마을 아이들이 우리나라 헌옷을 입고 너무 좋아하데. 근데 나는 눈물이 쫙 나더라고. 거기로 갈 옷 우리 동네에서 활용하니까 좋지. 더불어 사는 거니까 좋아."

모두의 가게 근처에서 30년 넘게 장사한 악양만물상회 주인 정정순(80)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들이 하고 싶은 거 하는 거니까 나는 좋고 말고 할 것도 없지."

모두의 가게 소식은 인스타그램(@mo_ga2024)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5-884-0388.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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