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를 적극 대변한 카스티요와 이경숙
사회 비전 제시하는 '여성의 정치 참여'

정치에서 남성이 과다 대표되는 현실은 22대 국회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인간 중심주의가 자연생태를 파괴하고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있듯 공존을 무시한 편향은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총선이 다가오고 언론에 소개된 후보자 면면을 봐도 '정당 공천 30% 여성할당제'는 온데간데없다.

지난 24일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보면, 22대 국회의원 경남 선거구 후보 37명 가운데 여성 후보는 4명이다. 대의정치에서 여성 의원 참여가 낮으면 "옳은 것을 위한 협상"인 정치에 여성의 삶이 반영되기 어렵다. 성평등 감수성이 높아진 유권자는 여성을 배제하는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여성 의원은 57명으로 19%에 불과하다. 경남도의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어떤가. 경남도의원 64명 가운데 여성 의원은 3명이다.

지난해에 이어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페미니즘 관점으로 보는 영화상영회'가 지난 13일에 있었다. 지역 여성·노동·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한 2024년 7회 상영회 주제는 정치였다. 영화 <여성의원>(감독 마고 건지)과 고 이경숙 경남도의원의 의회 발언 영상을 이어 보는 기획이었다. 미국 프로비던스 지역 여성 의원과 내가 사는 경남 여성 의원의 목소리가 향하는 곳이 다르지 않았다.

시의원 카르멘 카스티요는 여성이자 이민자이면서 호텔 객실 청소노동자다. 그는 이주민·여성·노동자로 프로비던스 지역민의 삶을 위한 정치를 한다. "부자에게는 세금 감면을 해주고 가난한 사람은 지원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며 "시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 제공"을 목표로 정치를 한다. 대의정치에서 의원은 누구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경숙 도의원은 의회에서 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가 처한 현실과 구조적인 조건을 분석하며 경남도에 개선 정책을 요구한다. 특히 여성특별위원회 구성과 활동 보고에서 언급된 여성 관련 기관과 단체 간담회, 타 지역 사례조사 등과 여성특별위원회 운영 연장안은 지금도 유효하게 들린다. 당시 노동자 분신 사망 사건을 의회에 공론화하며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할 것을 제안하는 것과 같은 발언이 지금 의회에 있을까.

상영을 마치고 소감 나누기를 위해 객석 앞에서 바라본 관객들의 표정이 복잡했다. 카르멘 카스티요와 이경숙 두 의원은 시민 삶과 맞닿아있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당당하다. 여성의원의 정치는 여성 삶을 대표하면서 지역 사회를 바꾸는 비전을 제시한다. 청소노동자인 카스티요를 향해 "호텔 종업원이 시청에서 뭘 해? 할 줄 아는 건 침대 정리"라고 조롱하는 말은 가사노동, 여성, 노동자를 혐오하면서 평범한 시민을 정치에서 배제하는 관행을 보여준다. 관객들의 표정이 복잡했던 것은 정치에서 여성, 노동자를 배제하는 현상이 우리 사회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여기서 두 의원과 같은 여성의 정치 참여는 어떻게 가능할까.

숨을 고른 듯 잠시 후 한 사람씩 마이크를 들었다. "잊고 있었던 운동 세포가 살아나는 기분이다", "상영회 취지문의 '가꾸어가겠다'는 말이 새롭게 와닿는다", "소속이 없어도 나서고 만날 수 있다", "여성 활동가를 남성보다 쉽고 가볍게 여기는 선입관을 깨려고 한다", "여성들이 하면 되는데, 안 나서는 것 같다", "여성해방운동가 이경숙 선생의 활동과 정신은 과거가 아니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이 있었고, 있을 것이다.

/손제희 여성평등공동체 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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