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는 헉 소리 나게 느는데
아들에게 행복한지 묻지 못했다

아들의 무료 영어센터교육 신청을 놓쳤다. 선착순에 순식간 마감됐다. 아들 초등학교는 4학년이 두 반밖에 없다. 한 반당 20명 남짓이다. 그중 선착순 14명 신청에 들지 못했다고 아이 엄마가 말했다. 학교 안 방과 후 교육프로그램은 유료로 진행된다. 사설 교육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렇지만 아들 친구 누구는 비싼 사교육비에도 입소문 난 학원을 보낸다고 한다. 교육비 단위가 헉 소리 나게 만든다. 과연 아이들을 위한 것일까? 부모의 안도일까? 맹모삼천지교의 치맛바람이 모임 톡에 불고 있다.

대한민국 사교육비를 검색해 본다. 교육부·통계청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사고 진학을 원하는 초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62만 1000원으로 일반고 진학 희망 초등학생(35만 8000원)의 1.7배가 넘었다.

우리 아들은 학원을 몇 개나 다니고 있는 것일까. 이미 일반고 진학 희망 월평균 사교육비는 넘어섰다. 6교시를 마치면 학교 안 방과 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마치면 학습지전문센터에서 공부를 한다. 마치면 돌봄을 겸한 태권도학원에서 피구를 하고 왔다고 한다.

그렇게 저녁을 먹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 반복되고 있다. 아이가 커 갈수록 돌봄보다 교육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교육비를 감당하기에 부족한 살림살이다.

3학년에 이어 학년 회장이 된 아들과 담임 선생님, 센터 선생님, 태권도 관장님, 주변 엄마들의 말들이 뒤섞인다. 다양한 경험을 자식에게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은 모두 같기에 교육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단톡이 활성화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대학 영재반은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본다. 교육비는 무료다.

경남대에서 주말 연구를 하다 보면 과학영재교육원에 아들 또래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나도 모르게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방을 메고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수학을 좋아하려나 과학을 좋아하려나.

교육비 지출액이 늘면 부모들이 느끼는 부담은 커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는 학생 자녀가 있는 30세 이상 가구주 중 자녀의 교육비가 가정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57.7%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녀를 키우는 집의 절반은 교육비 지출에 부담을 느낀다.

유치원부터 대학 진학까지 십수 년이 필요하다. 그 기간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막막해진다. 대학 진학 후도 녹록지 않지만 우리 부부의 삶도 먹먹해진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아들이 보인다. 동생에게 하루 한두 권 책을 읽어주고 얻은 소중한 시간이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차마 행복한지 물어보지 못했다. 그래도 다닐 만한지 물어보니 학습지전문센터 공부는 가끔 가기 싫다고 한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들이다. 행복의 기준을 너무 높여 바라봤다.

벌써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는 아들의 눈을 맞추다 아이 엄마의 눈치를 본다. 자사고는 생각도 못해봤다. 사교육이란 이름으로 아이에게 최소한으로 보내고 있다는 눈빛이 느껴진다.

애써 시선을 거둔 채 밖을 바라본다. 올해 벚꽃이 피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 홍보기간도 시작됐다. 문제해결의 정책이 있을까. 공약을 검색하는데 딸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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