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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시민 남자에게만 허락된 '벌거벗을 특권'

[그리스 로마 유적 유물 여행] (2) 'S라인'을 장착한 그리스 조각
BC 5세기, 고전 조각 도래 역동·관능적인 '신'초점 동양 불교 미술에도 영향
나체 '이상·완벽함'상징, 청동상·힘찬 소년 기수상 시대 반영·균형 감각 눈길

2017년 01월 24일(화)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우리는 여전히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www.namuseum.gr)에 있습니다. 지난 기사의 '벽에서 독립한 쿠로스상'을 기억하시는지요. 그리스 조각이 이집트의 영향을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가기 시작했다고 그랬지요. 기하학 시대를 거쳐 아르카이크 시대(BC 7∼BC 5세기 초)까지의 이야기였습니다. 엄숙한 표정과 사실적인 인체 묘사 등 오늘날 우리가 그리스 조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아르카이크 이후 고전 시대(BC 480∼BC 400)와 헬레니즘 시대(BC 320 ~ BC 30)에 만들어집니다. 이때가 그리스 조각의 전성기라고 하겠습니다. 당시 그리스에서 조각가는 단순한 기술자는 아니었습니다. 시 같은 문학도 배우고, 수학도 배워야만 조각을 할 수 있었다지요. 조각사에서 그리스 조각을 최고로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습니다.

◆조각에 생명을 불어 넣은 조각가들 = 아르카이크 시대의 뻣뻣한 쿠로스상에 자연스러움을 더한 조각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생몰 연도 미상)입니다. 이카로스의 날개를 만든 사람이죠. 다이달로스 이후로 조각의 팔과 다리가 몸통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합니다. 이를 다이달로스 기법이라 불렀다지요. 이 정도만 해도 당시에는 획기적인 실험이었을 겁니다.

그리스 조각의 고전시대를 연 대표적인 조각가는 BC 5세기에 활약한 페이디아스(BC 480 ~ BC 430)입니다. 아테네를 대표하는 건축물 파르테논 신전을 지을 때 총감독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요즘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한 신상들을 청동이나 황금, 상아로 직접 만들었답니다. 그래서 '신들의 제작자'로 불립니다. 그가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안에 만든 제우스상과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 있었다는 아테나 여신상이 대표작인데요. 신상들은 높이가 10m를 훨씬 넘었다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남아 있는 게 없습니다. 제우스상은 세계 7대 불가사의가 됐고요. 아테나 여신상은 국립고고학박물관에 로마인이 만든 아담한 복제품으로 있습니다.

BC 460∼450 시기 작품으로 그리스의 상징 같은 청동상인 '아르테미시온의 포세이돈(혹은 제우스)'.

초기 고전시대 조각은 여전히 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후기 고전 시대 후기에 이르자 더 활발하고 역동적인 자세의 조각이 나옵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가로 프락시텔레스(생몰 연도 미상)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 조각상의 'S라인'을 완성한 사람입니다. 이를테면 한 발을 꼬고 의자나 탁자에 비스듬히 기대 서 있는 모양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지요.

이런 방식은 헬레니즘 시대로 이어져 조각은 더 관능적이고 격정적이 됩니다. 이 시대 그리스를 제패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으로 그리스 조각은 세계로 뻗어나갔습니다. 현대 그리스의 정식 명칭은 헬레닉 공화국(Hellenic Republic)입니다. 헬렌(Hellen)은 옛 그리스인을 이릅니다. 하여 헬레니즘(Hellenism)은 말 그대로 '그리스 주의'가 되겠지요. 그리스 조각 영향으로 인도 북부지방에서 간다라 미술이 탄생합니다. 그곳에서 초기 불교에는 없던 불상 조각이 활발해지죠. 간다라 미술은 이 불상과 함께 중국으로 전해지고, 다시 한반도로 넘어와 통일신라 미술에 영향을 줍니다. 경주에 있는 석굴암은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그리스 조각의 후예겠습니다.

BC 220∼200 시기 제작된 것으로 그리스 조각에서 몇 안되는 청동상 원본인 '아르테미시온의 기수'.

◆벌거벗을 특권 = 그런데 그리스 조각은 왜 남자만 적나라하게 발가벗고 있을까요. 남성 나체 조각은 이집트 조각에서 독립하기 시작한 쿠로스상에서도 나타납니다. 이집트 조각도 거의 벗었지만 그래도 허리에 천은 두르고 있죠.

고대 그리스에서 나체는 시민, 그중에서도 남자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습니다. BC 776년 펠레폰네소스 반도 서쪽에 있는 올림피아에서 올림픽 경기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시민인 남자만 참여할 수 있었고, 선수는 모두 발가벗고 경기를 치렀습니다. 영어로 체육관이 김나지움(Gymnasium)이죠. 그리스어 임나시움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벌거벗고 운동한다'는 뜻이랍니다. 고대 그리스의 이상적인 인물은 완벽한 신체를 가진 젊은 남성 시민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젊은이들은 벌거벗은 몸에 올리브기름을 바르고 임나시움에서 열심히 운동을 했답니다. 늙은이들은 이런 젊은이들과 사랑을 나누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벌거벗은 이 젊은이들에게만 학문을 가르쳤다지요.

그리스인들에게 나체는 그 자체로 지혜로움을 상징했습니다. 지혜로움은 시민 남자에게만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방인도, 여성도 나체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나체 조각상은 더더욱 있을 수 없었겠지요.

BC 27∼AD 14 시기 만들어진 '헤르메스 신상'.

◆청동 조각 품귀 현상 = 현재까지 보존된 그리스 원본 조각 중에 대리석으로 만든 것은 많아도 청동으로 만든 것은 드물죠. 사실 청동으로 된 조각은 아르카이크 시대부터 활발히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녹여서 재활용됐다고 합니다. 아마도 당시에는 청동이라는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였겠지요. 지금까지 남은 원본은 주로 20세기 들어 난파선에서 건져 올린 것입니다.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에 있는 것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힘차게 달리는 말을 탄 소년상입니다. 보통 '아르테미시온의 기수(혹은 소년)'(Jockey of Artemision)라고 합니다. BC 150~140년 시기 작품이고요, 1926년 아르테미시온 곶 앞바다 난파선에서 나왔습니다. 말을 타고 달리는 모양을 한 것은 그리스 조각에서는 아주 드물다고 하네요. 경마를 하는 모습이라는데 당시에는 소년들이 기수를 했나 봅니다. 무엇보다 말 머리 힘줄이나 소년의 곱슬머리 등 지금 봐도 표현이 세밀해서 놀랍습니다.

창을 던지는 청동상(BC 460 ~ 450)도 인상적입니다. 소년 기수상과 같은 장소에서 발견됐기에 '아르테미시온의 포세이돈(혹은 제우스)'라고 불립니다. 뛰어가다가 창을 던지는 모습인데요, 자세가 살아있는 사람이 취할 수 없기에 신을 표현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던지는 무기가 삼지창이냐 번개냐에 따라 포세이돈이냐 제우스냐가 밝혀질 텐데요. 이 부분은 아직도 논쟁 중이랍니다. 역동적인 동작인 데다가 양쪽 발을 모두 살짝 들고 있어 실제 바닥에 닿은 면적이 적은 데도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옛 그리스 지폐에도 있던, 그리스의 상징 같은 조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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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국장석 기자. 15면 미디어. 20면 제휴 뉴스. 행복한 셀카 등 지역민참여보도. 한국 속 경남 등 기획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