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처럼 날짜 넣어 '3월10일거리' 제안
세월호 다시 팽목항 옮겨 추모관 활용을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지 40일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저께가 세월호 참사 3주기였다.

독일 베를린 도심에 티어가르텐이라는 큰 공원이 있다. 티어가르텐 한쪽 끝에는 에른스트 로이터 광장이 있고 반대쪽 끝에는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이 있다. 에른스트 로이터 광장과 브란덴부르크 문을 직선으로 잇는 큰길이 티어가르텐을 관통한다. 큰길 이름은 특이하게도 '6월17일 거리'다.

1953년 5월28일 동독 공산당 정부는 억압과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생산 책임량을 10%씩 상향하도록 지시했다. 건설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6월17일 전국에서 4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은 집권자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동독 정부와 소련이 즉시 군대를 투입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200명이 넘는 시민이 숨졌다.

서유럽 각국은 자칫 전쟁에 휘말릴까봐 개입을 망설였다. 서독 국민들은 서독 정부가 나설 것을 바랐지만 서독 정부는 시위를 무력 진압한 것에 항의하는 정도에 그쳤다. 동독의 일상은 원래대로 돌아갔고 동·서독 국민들은 울분을 억눌러야 했다. 그들은 6월17일을 독일 통일의 날로 정하고 티어가르텐을 관통하는 이 큰길의 이름을 '6월17일가'로 명명했다. 동·서독 국민들은 6월17일을 기억하고 통일을 염원해 마침내 1990년 10월3일 통일을 이뤄냈다.

뜬금없이 우리에게 생소한 독일의 6월17일 거리를 얘기하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의미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우리도 '3월10일 거리', 혹은 '3월10일 광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자 함이다.

단군 이래 우리 역사상 국민(백성)의 힘으로 대통령(왕)을 탄핵한 적이 있었던가? 민란과 같은 시도는 있었지만 성공한 적이 없었다. 우리 역사상 성공한 정권 교체는 권력에 눈이 멀었던 왕족이나 신하·군인에 의한 것이었다.

이번 탄핵은 순수하게 국민의 힘으로, 평화적으로 집권자를 끌어내린 것이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역사적인 경험이며, 앞으로 이 경험은 우리 민주주의가 발전해나가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서울 광화문 거리를 '3월10일 거리'라고 불러도 좋고, 창원시청 앞 광장을 '3월10일 광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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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얼마 전 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세월호와 팽목항, 목포신항에서 미수습된 실종자들을 찾아서 가족들의 품으로 모시고, 세월호는 팽목으로 다시 옮겨서 다시는 이런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을 경각심을 일깨우는 추모관으로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동의한다.

그리고 그에 앞서 이번 대선에서, 누가 촛불광장에 있고 없었는지, 누가 세월호와 함께했고 외면했는지, 그것을 가려 투표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탄핵과 세월호를 기억하는 첫걸음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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