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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서는 아프지 말고 있어"…5남매의 그리움 담은 편지

밧줄 끊어져 숨진 노동자 납골함엔 편지 가득
아내 "5남매 씩씩하게 키울게요"

입력 : 2017-06-17 09:24:34 토     노출 : 2017-06-17 09:29:00 토
제휴뉴스 webmaster@idomin.com

"하늘에서도 나 잘 지켜봐 줄 거지? 밑에서 우리 가족 잘 살 거고 나랑 언니가 아빠 역할 도맡아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아빠만큼은 못하겠지만, 엄마도 우리가 잘 책임질게. 여기서는 너무 고생하면서 살았으니까 올라가서는 편하게 아프지 말고 있어!!"

지난 8일 경남 양산시 한 15층 아파트 외벽에서 작업하던 중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화를 낸 주민이 밧줄을 자르는 바람에 바닥 아래로 추락해 숨진 김모(46) 씨의 둘째 딸이 인사도 없이 하늘로 가신 아빠께 쓴 편지다.

16일 김 씨 유해를 안치한 경남 김해시 한 납골당 함 속엔 아내 권모 씨와 5남매의 전할 길 없는 그리움과 가슴 아리는 사랑이 가득했다.

납골함은 권 씨와 고교생부터 27개월 된 5남매의 마음을 담기에는 너무나 작았다.

아내 권 씨는 "장례 후 3일째 되는 삼우제 전에 아이들과 함께 밤을 새며 손편지를 쓰고 사진 등을 만들어 넣었다"며 "아이들이 많아 더 다양한 물건과 사연을 준비했는데 다 넣을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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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경남 김해시 한 납골당에 밧줄이 끊겨 하늘나라로 간 아빠를 그리워하는 피해 가족들의 편지 등 사연이 가득한 납골함./ 연합뉴스

권 씨는 유골함 바로 옆에 손으로 직접 그린 캘리그라피를 놓았다.

직접 쓴 글에는 '사랑하는 내 남편,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그리고 변함없이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권 씨는 "생전에 남편은 제가 아이들과 함께 만든 소품을 너무 좋아했고 항상 피곤해도 칭찬과 격려를 해줬다"고 말했다.

큰딸(17)은 생전 아빠에게 예쁜 글씨로 썼던 편지를 같이 넣었다.

'어제 아빠가 우는 거 보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싶었어. 매년 챙긴 결혼기념일&어버이날인데 어제만 울길래 아. 우리 아빠가 늙었구나…. 앞으로 일이 다 잘 풀리고 좋은 일만 있길.'이라고 썼다.

큰딸은 또 '내가 준 썬밤도 열심히 발라야 해 피부가 건강하려면 알겠지?? 이제 여름이 곧 오는데 아빠 일이 너무 힘들까 봐 걱정이야. 수분보충도 열심히 하고 너무 무리하지 마!!'라며 아빠를 걱정했다.

한여름 그늘 한점 없는 고층 건물 외벽에 매달려 위험한 일을 하는 아빠를 걱정해서였다.

납골함 안에는 한겨울 찬바람 속 입술이 부러트도록 고생스럽게 일하는 아빠를 걱정한 아이들의 선물 립밤(입술보호제)이 뜯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아이들은 아빠가 이 립밤을 겨울이 되면 바르려고 아껴둔 것이라며 소중한 선물로 넣었다.

넷째 아들(8)은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과 손수 쓴 그림 편지를 만들었다.

그림 편지에는 '사랑해요, 아빠는 너무 멋져요. 아빠를 너무 사랑해요. I love you. 나는 아빠가 좋아요.'라고 썼다.

27개월 된 막내는 고된 일을 마치고 집에 온 아빠랑 함께 가지고 즐겁게 갖고 놀던 작은 자동차 장난감 3개를 아빠께 선물했다.

힘겨운 고층 외벽 일을 마치고 아빠가 즐겨 마시던 소주병과 '좋은 일만 생길 거야'라고 쓴 소주잔은 제일 구석에 올려놨다.

아이들은 아빠가 힘든 일을 마치고 마시던 술이었지만 건강을 걱정돼 잔소리를 해왔다.

둘째 딸은 평소 가장 아껴온 편지지를 코팅까지 해 하늘나라에 있는 아빠에게 편지를 보냈다.

'아빠 우리 독수리 오남매들 땜에 고생 많이 하셨을 거야. 아빠! 우리 독수리 오남매들이랑 엄마를 위해 고생 많이 해 줘서 고마워♡ 아빠 얼굴, 목소리 꼭 기억할게. 아 그리고 아빠. 내가 팔 못 주물러주고 아빠 보내서 정말 미안해. 다음에 보면 내가 팔 백만 번 주물러 드릴게. ㅎㅎ 아빠. 사랑해요 ♡ 자주 보러 갈게! 진짜 많이 사랑해요♡'

다섯 남매와 함께 남겨진 아내 권 씨는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마음과 성금을 보내주면서 격려와 용기를 줘 정말 감사하다"며 "독수리 오남매를 반듯하고 모나지 않게 씩씩하게 키울 수 있도록 힘을 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합뉴스 = 최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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