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마산YMCA 특강]
삶 방식 연계한 전통음식 진단 지나친 '한식 각인' 경계하기도
"모든 음식문화 시발점은 내 입"

황교익(55) 맛 칼럼니스트가 "한식 세계화 정책에 반대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창원 마산YMCA에서 열린 '마산YMCA 신축회관 개관기념 특강' 강사로 나서 '왜 한국은 음식민족주의에 빠졌나'라는 주제로 1시간 30분 동안 자신의 논리를 폈다. 결국, 음식도 '문화'라고 말했다. 누구에 의해, 어떤 정책을 펼쳐 강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강연을 정리했다.

"무슨 음식 좋아하세요?"

황 씨가 청중에게 물었다. 한 시민이 "냉국이요"라고 답했다.

"자, 누가 이분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줄 수 있나요?"

그랬더니 "속에 열이 많네요","화가 많으신가 봐요"라고 여기저기서 농담을 던진다.

황 씨가 질문을 바꿔 물었다.

"만약 내일 죽는다면 오늘 한 끼를 어떤 음식으로 먹을 건가요?"

강연장이 잠시 조용해졌다.

"이 작업을 해보면 재밌어요. 다들 울기도 합니다. 엄마, 할머니 얘기가 많아요. 음식에 삶이 담겨 있는 거죠. 음식 문화는 개인 기호에서부터 출발하는 겁니다. 음식문화 시발점은 '내 입'이 되는 거죠."

황 씨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그 사람의 삶, 정체성이 보인다고 했다.

◇신선로와 부대찌개

황 씨는 전통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먼저 신선로 이야기를 꺼냈다. 신선로는 쇠로 된 화통이 달린 냄비에 불을 지펴 끓이면서 먹는 음식이다. 한식으로 손꼽힌다.

"몇 해 전 동남아시아 어느 한 나라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했었죠. 어, 신선로가 나오는 거예요. 신선로는 그릇 이미지가 강한 음식이지요. 타이에는 똠얌꿍을 내놓죠. 이 그릇은 중국권 나라는 다 사용합니다. 우리는 조선 중기에 들어왔다고 해요."

그렇다면 신선로가 전통 음식이 아닐까?

그는 신선로의 조리 방식이 전통일 수 있다고 했다. 그릇에 전이나 부침을 넣고 물을 넉넉히 부어 끓여 먹는 탕(찌개)류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전통이라고 했다.

이렇게 볼 때 부대찌개는 전통 음식일까?

"사실 부대찌개가 더 한국적이죠. 그릇도 무쇠 솥뚜껑을 뒤집은 것 같은 '번철'에 끓여요. 그런데 햄과 소시지가 들어 있어요. 이건 분명히 서양에서 들어온 거니 헷갈립니다. 여기서 핵심은 우리는 햄과 소시지를 굽거나 쪄먹지 않고 탕에 넣어 먹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전통 음식인 거죠."

황 씨는 전통 음식을 우리 삶의 방식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지난 18일 마산YMCA를 찾아 강연을 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한식은 저항적 민족주의"

조선 궁중음식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한희순(1901~1972) 상궁을 국가무형문화재, 조선왕조 궁중음식 1대 기능 보유자로 지정한 것이 의문이라고 했다.

한 상궁은 '대한제국 조선 시대 마지막 주방 상궁으로 사라질 뻔한 궁중 요리를 현대적으로 되살리고 계승, 발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 궁중음식을 여자가 했다고요?"

황 씨는 조선시대 풍속화 '선묘조제재경수연도'를 보여주며 가마솥에 불을 때고 물을 길어오고 큰 칼로 고기를 자르는 일은 모두 남자가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치(조선 말기 지식인들이 예찬한 음식), 불고기(1930년대 어휘 등장) 등을 예로 들며 이를 한식이라고 지속적으로 되새기고 각인한 이유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일제강점기의 저항적 민족주의에서 답을 찾았다고 했다.

"예전 정부의 한 부처가 각국 주한대사관에 전통 요리를 잘하는 집을 꼽아달라고 했답니다. 프랑스는 '프랑스 정부는 그 어떤 음식을 두고 프랑스 음식이라고 규정한 바가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대요. 문화를 공공기관이 나서 정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저는 한식 세계화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겁니다. 민족주의가 필요없는 시대에 살면서 왜 아직도 이를 떨치지 못하고 있을까요? 최남선 선생이 전한 <수신기>를 보면 불고기는 적족이 즐겼던 음식인데, 최 선생이 왜 이를 알면서도 전통 음식이라고 무리하게 말한 걸까요. 아마도 그 시대에 필요한 민족주의 때문이었을 겁니다."

황 씨는 만약 정부나 공공기관이 '한국소설, 한국영화, 한국음악은 무엇이다'라고 규정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음식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론을 아주 간단히 내렸다.

"음식은 그냥 맛있게 먹으면 돼요. 내 기호대로 드세요. 바로 내 삶이 보이는 일이니까요." 

*황교익은?

국내 대표 맛 칼럼니스트로 TV와 라디오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마산 출신, 마산중앙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식 세계화 정책은?

한식 세계화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본격 추진된 사업이다. 2010년 한식전문 공공기관 한식재단을 공식 출범하고 한식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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