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 명운 좌우할 핵심 승부수 부상
대통령 "정부안 준비"…홍 대표 "정략적 의도"

문재인 대통령이 시사한 '정부 주도 개헌'이 오는 6월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떠오를 조짐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6월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는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과 후보가 국민과 약속한 것"이라며 "정부는 국회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국민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자체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선을 가장 끈 문 대통령 발언은 "개헌은 논의부터 국민의 희망이어야지 정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올해 지방선거 본질은 좌파정권 심판"이라며 대선 때 약속을 뒤집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겨냥한 말이었다.

홍 대표 측도 물론 가만있지 않았다. '문재인표 개헌' 역시 정략이라고 받아쳤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지방선거 때 '문재인 개헌' 추진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선거를 유리하게 하려는 정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의도를 인정하든 안하든, 작금의 개헌 공방은 문 대통령이나 홍 대표에게 이번 지방선거 명운을 가를 '핵심 승부수'가 될 수밖에 없다.

현 국회 의석 구조상 한국당이 반대하는 한, 문 대통령이 아니라 누가 나선다 해도 개헌은 불가능하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70%를 오르내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여당으로서는 국민과 약속을 성심을 다해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반대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홍 대표와 한국당을 '반개헌세력'으로 몰아세울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하거나 방치한 정당으로서 '적폐세력' 심판론에 더해, 지지층을 재결집할 또 하나의 효과적인 무기를 여권은 얻게 되는 것이다.

한국당은 "우리는 개헌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공세를 차단하고 있다. 친개헌-반개헌 구도가 그만큼 신경 쓰인다는 방증이다. 홍 대표는 "우리는 반개헌세력이 아니고 진정으로 나라의 새 틀을 짜는 국민 개헌세력"이라며 "국민 합의 없이 여당 독단으로 하는 게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주도 개헌이 한국당에 꼭 나쁘지만 않다는 분석도 한편으로 나온다. 일단 국민 여론이 있다. 조사기관별로 다르긴 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는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 찬반이 팽팽함을 보여준다.

지난 연말 진행된 신년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서울신문·에이스리서치(12월 27~29일)의 경우 지방선거와 동시실시 44.7%, 장기적으로 결정 41.6%였고 세계일보·리서치앤리서치(12월 27~28일)는 지방선거와 동시실시 35.7%, 지방선거 이후 2020년 총선 전 25.8%, 2020년 총선 때 13.0%였다. 반면 MBC·코리아리서치(12월 27일)는 지방선거와 동시실시 46.8%, 지방선거 후 실시 23.4%로 그 격차가 꽤 컸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개헌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소수의 고립된 '반개헌세력'으로 낙인 찍히느냐 아니면 문재인 정부 독선을 견제하는 유일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느냐 지옥과 천당 양쪽 모두의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개헌 주체·시점 못지않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내용이다. 한국당은 최근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 보고서에 '양심적 병역거부' '노동자 경영참여' '직접고용 원칙' 등이 언급된 점을 들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사회주의 개헌"이라고 색깔 공세를 펴고 있다.

정부가 꺼내든 개헌안도 똑같은 표적이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이념적·사상적 허점(?)이나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사심(?)이 보이면 한국당에 이보다 더 좋은 먹잇감은 없다. 여권뿐 아니라 한국당 역시 보수 지지층 결집 카드로 개헌 국면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노회찬(정의당·창원 성산) 의원은 문 대통령 개헌안이 무산됐을 때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노 의원은 11일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 후보 시절 약속이기도 하고 또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기도 한 만큼 (정부 자체 개헌안 제시는) 모범답안이긴 하나 그게 항상 정답은 아닐 수 있다"며 "만일 국회에서 그 개헌안이 동의가 안 되면 부결되지 않겠나. 그런 상황이 바람직한 것인지, 서로가 서로한테 상처를 줄 수 있는 건 아닌지, 정부 또는 대통령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게 맞는지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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