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순례단 5년간 5000㎞…미래세대 위한 환경운동
탈핵을 위한 걸음은 올해도 이어졌다.
'핵발전소와 핵무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은 지난 12일 오전 8시 30분 고리핵발전소를 출발해 성공회 기장성당까지 13.9㎞를 걷고 1박을 한 뒤, 13일 해운대를 거쳐 광안성당까지 17.9㎞를 걸었다.
14일에는 부산시청을 거쳐 구포성당까지 15.7㎞, 15일에는 구포성당을 출발해 김해시청을 거쳐 임호성당까지 17.7㎞, 16일에는 창원 대방동성당까지 25.1㎞를 행진했다. 17일부터 18일까지 창원지역에서 시민에게 탈핵의 필요성을 알렸다. 탈핵도보순례단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에 탈핵을 희망하며 전국을 누벼왔다. 순례 걸음이 5000㎞를 찍었다.
성원기(62·강원대 전자정보통신공학부 교수) 단장은 "탈핵도보순례는 핵사고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시작했다. 핵사고가 없는 사회를 만들려면 핵발전소가 없어져야 한다. 이미 세계는 신재생에너지시대로 발돋움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적으로도 우위에 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 단장이 바라보는 핵발전소는 생존의 문제다. 생명이 살아야 하는 본질적 문제를 배제한 채 경제성만 바라보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그는 "본질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경제성도 이미 핵발전소가 신재생에너지와 경쟁이 되지 않는 시기에 왔다"며 "10년 내에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핵발전소 발전비용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기술력과 자본력 모두를 갖췄다. 위험성 여부를 떠나 경제성에서도 뒤떨어진다면 핵발전소를 가동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성 단장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면 왜 매년 쉽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일까?
그는 "손 놓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빨리 앞당겨 미래세대에게 안전한 세상을 선물하고 싶다. 단 한 번의 핵사고와 핵전쟁으로 모든 생명은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는다.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계속 걸어가며 탈핵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탈핵도보순례는 30일간 구간을 나눠 성 단장을 중심으로 그 지역 시민이 2~3일씩 결합하는 릴레이 걷기 방식이다. 참가자 중에 천주교 신자들이 많아 순례코스도 지역 성당을 중심으로 숙소로 잡았다. 순례단은 18일 저녁 함안군 칠원성당에서 누적거리 5000㎞ 도보순례 기념미사도 진행했다.
성 단장은 "282일 만에 5000㎞를 걸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사고 한 번 없이 연속성을 지니고 순탄하게 걸어왔다. 탈핵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긴 여정이고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선행돼야 할 문제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순례단은 대구·충주·원주 등 30개 구간을 거쳐 2월 10일 서울 광화문에 도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