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에 불출마 선언하자 "속죄 포장 행위"비판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임창호 함양군수가 6·13지방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함양지역 노동자연대와 함양시민연대, 함양군 농민회는 지난 9일 오전 함양군청 앞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창호 함양군수가 출마를 하든 말든 관심없다"며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군수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어 6월 지방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최근 저의 잘못으로 많은 군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데 사과드리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근 군청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았고, 임 군수는 승진인사와 관련해 공무원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군수실과 자택 등이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지난 5일에는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 함양지역 노동자연대와 시민연대, 농민회가 9일 임창호 군수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 청렴을 강조하는 의미로 함양군청 표지석을 닦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이들은 "오랫동안 함양군에는 군수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공무원 승진인사에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있다는 소문들이 공공연하게 있어왔다"면서 "그런데 이번 경찰 조사과정에서 이러한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함양군수는 뜬금없는 불출마 선언을 하며 함양군과 군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 군수의 불출마 선언은, 군수 개인의 사적 영역임을 분명히 한다. 재임 중 군수 개인의 불법 일탈행위가,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하여 승진인사를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합리화될 수 없는 것이다"라며 "불출마 선언을 통해 마치 속죄하고 면죄부라도 받은 듯 포장하는 행위는 더 용납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임창호 함양군수는 불출마 선언을 할 게 아니라, 군민에게 사죄하고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속속들이 고백하고 양심선언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또 "이후 군수에게 뇌물공여한 공무원과 관련 행위자를 즉시 조사, 공개하고 법과 제도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수사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자행되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위중한 사태에 대한 상황인식마저 부족한 가운데 '남은 임기동안 흔들림 없이 행정을 수행하겠다'고 하는 것은 염치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덧붙여 "임 군수는 지금 당장 사퇴하는 것으로 군민에게 사죄하고 본인의 잘못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임 군수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끝으로 이들은 "시민사회단체와 함양군민 또한 군수와 고위공무원들의 매관매직 뇌물수수 혐의 사건에 대해 냉철하게 인식하고 신중하게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오랫동안 관례로 있어왔던 일이라며 허물을 용서하고 덮어주자는 온정주의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라며 "무관용의 원칙으로 해묵은 함양군 행정의 적폐를 청산함으로써 청렴한 공무원 문화와 건강한 함양군을 만드는 데 함께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임 군수의 즉각 사퇴와 청렴을 강조하는 의미로 군청 표지석을 깨끗이 닦는 퍼포먼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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