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국 지음
아끼는 책서 얻은 영감 소설로
단편 19편 묶어서 출간·북토크
사진잡지 기자 경험 관찰력 높은 글
<필사의 기초>, <오토바이로 일본책방>의 저자이자 진주 헌책방 '소소책방' 주인장 조경국 작가가 이번에는 소설책을 냈다. <아폴로책방>(펄북스, 2018년 4월 발행). 이름 그대로 헌책방을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집이다.
◇짧지만 한 편 한 편 깊은 여운이 = "뭐야, 이거 생각보다 잘 썼잖아!" 첫 편을 읽고 든 생각이다. 책 속 작은 소설 19편을 읽으며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여운에 시달리느라 잠시 딴 곳을 바라봐야 했다. 뜻밖에 탄탄한 서사다. 이는 단순히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야기 소재는 책방 손님을 만난 경험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해도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 정확하게는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내는 방식은 오랫동안 소설을 쓰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능력이다. 실제로 이 책은 그가 지금도 계속 쓰고 있다는 한 장편 소설의 외전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다 문득 작가의 엄청난 독서량을 상상했다. 하지만, 독서량만으로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올 수 없다.
"시는 진하게 사랑을 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죠. 상처받고 상처 입고… 그래야 시가 나오는 거지 신심만 깊은 사람은 시를 쓸 자격이…." - '세심탕의 봄' 중에서
"열외 없이 모두 죽음을 향해 가지만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기에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 망각을 걷어내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고 했다." -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중에서
지식의 양만으로는 불가능한, 아픈 경험을 통해 삶을 숙고하지 않고서는 쓰기 어려운 문장이다. 보기 드문 그의 이력을 통해 얼핏 상상만 해볼 뿐이다.
◇소설 한 권으로 즐기는 서적(書的) 유희 = 소설 19편이 끝날 때마다 뒷부분에 한 권씩 책 이름과 설명이 달렸다. 그러면 모두 19권이 된다. 이 중 한 권은 허구다. 나머지 18권은 실제로 작가가 오랜 기간 아끼던 책이다.
얼마 전 그는 <아폴로책방>과 이야기의 씨앗이 된 책들을 함께 놓고 찍은 기념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구할 수 없던 것과 실전하지 못한 것을 빼고 모두 16권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적었다.
"모든 책에는 사람처럼 사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베스트셀러든 아니든, 새책이든 헌책이든, 값이 비싸든 아예 값이 없든 책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헌책방을 하면서 그 생각이 더 굳어졌다. 책 때문에 드라마의 한 장면 속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 적이 많았다."
<아폴로책방>은 자신이 아끼는 책의 감상평, 그러니까 그 책의 좋았던 부분을 생각하며 그 느낌을 소설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어쩌면 사진 같은 문장들 = '소소책방'에는 어지간해서는 구하기 어려운 사진 책이 많다. 이를 보려고 서울에서 온 손님도 있다는 소릴 들었다. 조경국 작가는 사진 잡지 기자 출신이다.
그가
사진은 빛을 담는 예술이다. 빛에 대한 다음 묘사는 마치 사진 한 장을 보는 듯하다.
"서가 사이에서 찰칵 셔터 소리가 들렸다. 비스듬하게 먼지들이 또렷하게 보였다. 셔터 소리의 여운은 길었다. 소리는 희한하게도 공기 중에 오래 떠 있었다. 이리저리 부딪히고 갈라져서 메아리처럼 조금씩 사라졌지만 작은 알갱이처럼 책방 안을 떠돌았다." - '롤라이35수집가' 중에서
소설들 곳곳에 마치 잘 찍은 사진 한 장 같은 문장이 가득하다.
"균형만으론 부족해요. 정말 좋은 사진은 균형과 긴장감이 함께 들어 있어야죠. 균형만 있는 사진은 영혼이 없어요. 저기 가족사진처럼." - '완벽한 사진' 중에서
사진에 대한 이 문장은, 마찬가지로 그가 쓰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그가 추구하는 삶 자체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