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세 번 탈출한 반달곰
교통사고 부상 치료 후 회복
경북 김천 수도산 옮겨 방사

지리산에서 세 번이나 탈출했던 반달가슴곰 KM-53이 결국 지리산을 떠났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KM-53을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방사했다고 27일 밝혔다.

KM은 'Korea Male(한국산 수컷 곰)'의 약자로, 53은 곰의 관리번호를 뜻한다. KM-53은 2015년 1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태어나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다.

KM-53은 지난해 6월 지리산에서 탈출해 90㎞ 떨어진 수도산(1317m)에서 잡혔다. 두 달 뒤에 지리산에서 또 탈출하다 포획됐다. 지난 5월 5일에는 수도산으로 세 번째 탈출을 시도하다 대전통영고속도로 함양분기점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고속버스 범퍼에 부딪혀 왼쪽 앞다리를 다친 후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다.

시설 내에서 재활 훈련을 하던 당시 KM-53 모습. /환경부

환경부는 KM-53의 상태가 좋아지면서 관련 전문가·지자체 등과 방사 문제를 논의한 결과 수도산에 풀어주기로 했다.

사단법인 '반달곰 친구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KM-53은 지난 2017년 6월 수도산에서 발견된 후 포획→방사→포획→방사→교통사고→포획→수술 등을 거치며 유명동물이 되었고 '콜럼버스 곰'이란 별칭도 붙여졌다"며 "이러한 KM-53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미안하고,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부와 공단이 KM-53의 수술 후 예후가 양호해 보행과 나무타기 등의 운동성 평가를 비롯해 방사선과 혈액검사 등에서 야생 활동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고, 사람에 대해서도 회피 반응을 보이는 등 야생성을 유지하고 있어 27일 방사를 결정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고 전했다.

이들은 "KM-53 덕분에 환경부와 공단은 지자체와 지역주민·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반달곰공존협의체'를 만들 수 있었고, 동물전문가들은 야생동물의 길, 반달곰 분산과 서식지 평가 등을 더 고민하게 되었다"면서 "이로 말미암아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는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즉각 행동에 돌입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는 KM-53이 인간의 눈에 띄지 말고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살았으면 한다"며 "먹고살 만한 땅에서 암컷 반달가슴곰을 만나 새끼를 낳고 '그냥 평범하게' 살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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