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띠 하면 사고 때 오히려 더 위험
제동거리 길어 효과 미미
탈선·전복 시 탈출 장해물
사고 다양해 도입 의견도

지난 8일 강원도 강릉에서 일어난 KTX 탈선 사고를 비롯해 2013년부터 지난 5년 7개월간 코레일 열차 사고는 661건이나 발생했다. 특히 지난달 서울역에서 KTX와 크레인이 충돌하는 사고 후 3주 사이 발생한 열차 사고는 11건에 이른다.

이에 일부에서는 열차에도 안전벨트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주환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과거에는 큰 열차에 다른 이동수단이 충돌해도 열차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속 300㎞를 넘나드는 KTX 등 고속주행열차가 보편화했고 다양한 열차 사고 유형이 발생한다"며 "다양한 사고 위험성에서 벗어나고자 안전벨트 도입을 검토해볼 만한 시기"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열차에는 안전벨트가 없을까? 철도기술연구원과 철도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제동거리가 긴 열차의 특수성 때문에 안전벨트에 따른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열차는 무게가 수백 t에 이르고 사고 시 급제동 거리도 최대 수 ㎞에 달해 국제적으로도 열차 안전벨트 설치에 대한 규정이나 기준이 없다. 또 열차 사고 시 안전벨트를 하면 대피 지연 등 승객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지난 8일 오전 7시 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탈선한 서울행 KTX 열차. 열차 10량 중 앞 4량이 선로를 벗어났다. /연합뉴스

지난 2007년 영국 철도안전표준위원회가 1996∼2004년 사망자가 발생한 영국 내 중대 철도 사고 6건에 대한 분석결과 자체 이탈 사망자는 11명, 차체 손상 사망자 14명, 생존공간 유실 좌석이 220석으로 확인됐다. 생존공간 유실 좌석은 안전벨트 등 장치로 승객이 해당 좌석에서 탈출하지 못했을 때 다치거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안전연구팀 관계자는 "영국에서 분석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큰 사고가 일어나면 안전벨트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안전벨트 위험성으로부터 승객을 보호하려면 도리어 안전벨트가 없어야 한다는 게 세계적 중론"이라면서도 "안전벨트가 철도안전에 어떠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연구는 하지 않아 확정해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윤덕수 우송대 철도차량시스템학과 교수는 열차는 차량과 달리 급정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기차가 시속 100㎞로 달리다 급제동을 걸어도 600m는 간다. 300㎞ 이상을 달리는 KTX는 제동하는 데만 수 ㎞ 걸린다. 열차 안전장치와 무게 등을 고려하면 사람이 튕겨 피해를 입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탈선이나 전복사고가 났을 때도 안전벨트를 하면 탈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돼 위험성은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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