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반발 속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적극 검토
내년 총선 두 달 전 본회의 상정 '혼란 불가피'

3월 임시국회가 7일 본회의를 시작으로 한 달간 진행되는 가운데, 핵심 쟁점인 선거제도 개혁에 진전이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선거제 개혁 논의는, 지난 1월 말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여야 4당의 당론 채택까지 내디뎠지만 여권 출신 손혜원(무소속)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정권 비위 폭로 등이 쏟아지면서 협상이 전면 중단됐다.

그로부터 40여 일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모든 정당의 합의를 통한 선거제 개혁은 그때나 지금이나 어렵긴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을 적극 검토 중인 게 한 달 전과 다른 점인데 이 또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6일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있었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각 당 간사들의 회동 분위기부터가 그랬다.

심상정(정의당) 정개특위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김종민·바른미래당 김성식 간사는 한국당에 개혁안을 제시하라고 압박한 반면 장제원 한국당 간사는 패스트트랙의 저의를 의심하면서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먼저"라고 맞받았다.

김종민 의원은 "한국당 새 지도부가 구성됐으니 선거제 개혁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보여줄 때가 됐다"며 "다음 주까지 여야 합의가 안 된다면 패스트트랙을 포함한 특단의 결단도 필요하다"고 했다.

▲ 올해 첫 본회의가 열린 7일 오후 국회의원들이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 로비에서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장제원 의원은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통과시키고자 하는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려는 민주당과 총선 때 유리하도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는 야 3당의 이해관계 및 정치적 셈법이 맞아떨어졌다"며 "권력구조 개편 논의 물꼬부터 터야 한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위원장은 "한국당은 오는 10일까지 개혁 방안을 제시해달라. 패스트트랙에 올리기 전 여야 5당이 선거제 개혁 합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주문으로 회의를 정리해야 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힘을 모은다면 국회 의석과 정개특위 구성상 패스트트랙 추진은 충분히 가능하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일정 기간(최대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를 거치지 않아도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3월 국회 중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돼 최장 330일이 경과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4·15 총선을 불과 두 달 정도 앞두고 본회의에 상정된다.

선거제 개혁과 뗄 수 없는 선거구 획정의 지체도 문제지만 선거를 준비하는 현역 의원·예비후보는 또다시 극심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강제 조항은 아니나 공직선거법은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야 4당이 원만한 합의를 이룰지도 미지수다. 야 3당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적극적이지만 민주당은 100% 연동형이 아닌 부분적 연동형을 고수하고 있다. 최대 쟁점인 의원 정수에 대한 입장 차도 커서 야 3당은 360석까지 확대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국민 정서상 현행 300석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맞선다.

민주당은 또 총 300석 중 지역구를 53석 축소(253→200)하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확대(47→100)하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과연 어느 선거구를 없애고 어느 선거구를 이어붙일지, 현역 의원 등의 거센 반발은 어떻게 제어할지, 민주당 의원들은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극복해야 할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심상정 위원장은 "지금까지 선거제 개혁을 둘러싼 합의 관행은 결국 거대양당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개혁 회피 명분으로 악용되어 왔고 이젠 법(패스트트랙)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이어 "패스트트랙이 지정된다 하더라도 협상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며 협상의 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패스트트랙은 협상을 촉구하고 미래를 위한 정치개혁에 동참하라는 촉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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