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단상이 왜 이렇게 높아?"지난 19일 밀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남도민체전 개회식에서 김오영 경남체육회장이 한 말이다. 김 회장은 이번 대회에서 줄곧 높은 단상 문화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전국체전 출정식을 비대면 영상으로 진행해 선수단이 마무리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선수들을 모아놓고 권력자인 자신이 빛나기보다 대회 주역들 편의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단상 높이를 낮추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요 내빈이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기보다 진정한 주인공인 참가자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더
4.10 총선을 맡았던 부서 속사정을 털어놓자면 총선 다음 날 11일 자 지면 고민이 컸다. '당선자를 못 실을 수 있다'는 가정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수개표 도입으로 개표 완료시간이 11일 새벽일 수 있고, 경남 선거구 여러 곳에서 거대 양당은 오차범위 내 박빙이었다. 기사 송고-편집-인쇄-배달을 고려했을 때 11일 0시가 신문 제작 한계였다.그런데 기우였다. 그동안 조사 결과와 다르게 윤곽은 곧 드러났다. 11일 자 총선 지면에는 경남 전체 16개 선거구 중 경합인 3곳을 제외하고 당선자가 실렸다. 경남·부산
지난주 창원상공회의소 최재호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 임직원들이 필리핀을 다녀왔다. 경남지역 기업의 노동자 수급을 지원하고자 필리핀 유학생, 노동자 유치에 나선 것이다. 이에 필리핀 국적 유학생 유치와 외국인 노동자 수급 원활화를 목적으로 협약을 체결했다.방식은 이러하다. 창원상의는 필리핀 유학생이 지역 내 대학에서 학습하고 정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들이 졸업 후 지역 기업의 제조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 마련을 지원한다. 필리핀 측은 경남 소재 대학 입학생을 모집하고 이들의 신원을 보증한다. 언뜻 보면 단순 협약에
제주에서 28살에 통영으로 옮겨와 43년간 물질한 강옥란 해녀를 만났다. 올해 일흔한 살인 그는 머리를 붉게 물들이고 귀걸이, 반지, 팔찌 같은 금붙이로 치장하고 있었다. 과하지는 않았지만, 해녀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강 해녀를 만나기 전까진 해녀를 한 가지 이미지로만 떠올렸다. 숨 참고 바다에 들어가 부르트고 주름진 손으로 해산물을 캐는 모습, 다시 뭍으로 올라와 겨우 숨비소리를 내는 아슬아슬한 모습이다.해녀들이 대부분 혼자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자 자신을 희생하며 살았기에 억척스러운 삶이 외모로 풍겨 나온다고 생각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주권자 감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유권자 선택을 받은 300명은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다. 그중에는 유권자 재선택을 받은 국회의원들도 있다.는 총선 두 달 전부터 정책선거 마련을 위한 기획 보도를 시작했다. 기획은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로 시민사회 영역을 중심으로 문제제기 된 현안을 정리하고 그중에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중요하게 다룰 의제들을 11가지로 추렸다. 지난 2월 13일 '총선에 다뤄야 할 의제' 기획 연재가 시작됐다. △지역소멸·균형발전 △청년정책 △헌법 개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전국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남에서는 매년 '세월호 기억의 벽' 앞에서 추모식이 열린다. 2015년 8월 경상남도교육연수원 정문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의 벽은 추모 글과 그림이 담긴 타일 1200여 장으로 이뤄졌다.길이 6m, 높이 2m에 달하는 벽에는 '아주 밝은 별이 되어 있을 착한 나의 아들 승욱아 사랑한다 영원히', '우리 다시 만나는 그날 힘껏 안아줄게', '삶의 이유였던 아들이 있어 행복했다' 등 유가족이 남긴 글과 그림도 있었다. 시민들은 '진실을 인양하라', '잊지 않겠습니다'
'좌파 우파가 아니라 대파가 대세'라는 말이 있다. 이번 총선처럼 대파 한 단이 온 나라를 들끓게 한 적이 있었을까? 여러 선거를 경험했지만 이번 대파 사태만큼 웃픈(웃기지만 슬픈) 현상이 있을까 싶다. '대파 가격 875원이 합리적'이라니 도대체 농민들은 수긍이 가지 않는다. 국민도 '한 단이 아니라 한 뿌리 가격'이라는 두둔 발언에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농민들이 9일 대파를 들고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민들은 "참으로 답답하다. 대파가 언제 이렇게 정치 중심에 섰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난리 속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이었다. 교차로 모퉁이에서 국회의원 후보들이 세차게 손을 흔들었다. 이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파랑옷, 빨강옷, 주황옷을 입은 운동원들은 저마다 다른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내 눈앞에 보이는 세 후보 중 한 명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 것으로 생각하니, 뒤섞인 음악 속 그 풍경이 왠지 생경했다.왜 짐짓 낯설게 느껴졌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우리 동네 현역 국회의원도 후보 시절에는 건널목 한쪽에 서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90도 폴더 인사를 했다. 명함을 건네고 악수를 청했다. 무시하고 가는 사람들 등 뒤
죄인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재판을 방청할 때 가장 선호하는 자리는 왼쪽 앞줄이다. 피고인 얼굴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여서다. 표정은 작은 단서지만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지난해 미신고 아동을 찾는 일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세상에 태어나기는 했는데 이후 발자취가 남아있지 않은 아이들이다. 지난해 6월 수원의 한 아파트에 있는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이 아이들도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는 따로 하지 않은 '미신고 아동'이었다.76일 된 영아를 영양실조로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친모 혐
모처럼 봄을 맞은 K리그가 하마터면 다시 겨울을 맞을 뻔했다. 최근 K리그2 충남아산FC가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고를 받았다. 지난달 홈 개막전이 열린 충남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입장문 주변에서 선거 유세가 벌어진 것을 연맹이 지침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날 충남아산FC 선수들이 입은 붉은색 단체복도 구설에 올랐다. 상징 색이 '은행나무 노란색'과 '서해 파란색'인 구단이 푸른색 홈 단체복 대신 올해 도입된 단체복을 개막전에서 입은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마침 구단주인 박경귀 아산시장과 명예 구단주인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붉은색 단체복을 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는 한마디로 맹탕이었다. 의료 공백 사태를 풀 해법이랄 게 전혀 없었다. 대통령은 유화적 발언은커녕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견해만 되풀이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당위성 강조에 발표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이럴 거면 굳이 주목할 내용도 없는 '맹탕 담화'를 왜 발표했는지 모르겠다. 고집불통 이미지만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윤 대통령은 급격하게 의대 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과 이에 따른 대응 계획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래도 국민에게 여러 차례 죄송하다는 말을 꺼낼 줄
지난 2월부터 경남도립예술단이 애초 계획을 수정·변경하며 운영에 파열음이 일었다.도립예술단은 지난해부터 올해 계획을 수립해 경남도의 최종 결재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28일에는 예술단원 모집 공고를 냈다. 올해 1월 26일에는 경남도의회 문화예술복지위원회 업무보고가 있었다. 그리고 11일 뒤인 2월 6일 갑작스럽게 최종 합격한 배우들에게 모든 작품의 연습을 중단한다는 통보가 전해졌다. 도립예술단 측은 창단 5주년이 되는 만큼, 정책 수립 필요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도립예술단을 이끄는 경남문화예술회관 측은 1월 26일 도의회와 여러
부동산 분야를 담당하기에 가끔 접하는 제보가 있다. 자신이 소유한 집·땅이 공원 등 공공개발용지로 수용되는데, 그렇지 않아도 낮은 시세의 절반 수준밖에 쳐주지 않는다는 호소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땅과의 가격 차이도 이해하지 못한다. 안타깝지만 기사화는 어려운 일들이다. 모든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된 사례라서다.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수용을 거절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상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토교통부장관이 사업 인정을 하면 강제 수용할 수 있어서다. 이미 시
스포츠 경기에서 감독이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일부 팬들은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 감독을 두고 '선수발'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꼭 그 감독이 아니라도 그 선수 구성이라면 얼마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감독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 수 있다.최근 프로축구에서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감독은 경기를 이기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소리치고 화도 낸다. 심지어는 지고 있는 팀 감독인 것처럼 절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특히 FC서울과 경기에서는 1-0으로 이기고 있
빨래건조기가 자꾸만 멈췄다. 몇 년 전 수리를 받았는데 또 말썽이다. 전원과 재생 버튼을 10여 차례 눌러 건조가 끝났는데 한나절이나 걸렸다. 10년 정도 썼으니 이참에 바꾸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최신 유행 디자인과 성능을 자랑하는 광고를 보면 마음이 혹할 때가 있다. 얼마 전 수리기사 방문 시간에 맞춰 개인 일정을 조율하고 수리를 끝냈다. 뱅글뱅글 쌩쌩하게 돌아가는 빨래건조기를 보니 새 제품을 산 것처럼 좋았다.스마트폰 메신저 앱 알림글을 'Repair(리페어·수리하다)'로 설정한 적이 있었다. 우연히 본 환경다큐멘터리에 마음이
최근 총선을 앞두고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회 등 경남 중소기업계가 업종별 핵심 애로사항을 각 정당에 건의했다.경남 중소기업계에는 수년째 표류 중인 숙원 사업이 산적해 있다. 매해 중기업계는 경남도 등 지자체는 물론 정부 부처·국회·정당에 숙원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만 반영돼 왔다. 지역에서 요구하는 진해국가산단 내 소형조선소 특화산업단지 조성, 진해마천일반산업단지 노후화 문제 해결 등은 정부 간담회 등에서 단골로 등장해왔으나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지역 중소기업 현안은 극히 지역에 한정된 내용이기에 진척이 더딜
최근 하동군 악양면에 제로웨이스트 숍 '모두의 가게'가 문을 열었다. 제로웨이스트란 쉽게 말해 쓰레기 배출을 0(제로)에 가깝게 줄이는 것으로 일상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환경 운동이다. 제로웨이스트 숍은 플라스틱이 아닌 자연 분해 소재,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품 등 친환경 제품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판매하는 상점이다.이 가게는 지역 모임 '이로운 궁리'에서 비롯했다. 환경 운동을 하며 자연스레 알게 된 구성원들은 친환경 제품을 직접 만들어(생산) 보는 등 일상에서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들이
'스타필드 상생협약 감시 계속'이라는 취재수첩을 이 공간에 쓴 것이 지난해 10월 18일이다. 감시를 계속하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담아 쓴 칼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상생협약은 해를 넘겨 6개월째 난항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전통상업보존구역에 해당하는 창원전통시장상인연합회가 걱정했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결과였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당시 상생협약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건부'로 대규모 점포 개설 허가를 내준 창원시 행정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당시 스타필드 개점이 미뤄지는 것이 마치 전통시장 상인들이 상생협약 체결이라는 발목
이은주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2022년 여름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거제에 다녀온 뒤였다. 그해 여름 거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에서는 하청 노동자들 농성이 한창이었다. 1㎥ 남짓한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 몸을 가둔 유최안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이대로 살 수 없다'며 울분을 토해내던 곳이었다.이 활동가는 그곳에서 여성 노동자를 만났다. 전은하(가명) 씨와 동료는 30m 높이 수문에 오르고 있었다. 수문, 말 그대로 배가 바다로 나가는 곳. 뒤로는 바다, 앞으로는 낭떠러지가 있었다. 윤석
오랜만에 시장에 나갔다. 북적대는 시장 모습은 언제나 정겹다. 시장 구경은 역시 장날이다."이거 얼맙니까? 비싸서 몬 사겠네. 좀 깎아주이소.", "인물 좋은 사람은 안 깎는다. 잘생겼으면서 깎으마 안 된다…. 잔소리 말고 고마 사가라." 에누리 없는 장사는 없다고 했지만 흔들리지 않는 아주머니 배짱에 얼치기 소비자는 결국 아주머니가 불렀던 값을 치렀다. 깎지는 못했지만 너스레웃음에 오히려 단골이 된 듯한 느낌까지 든다. 시장을 돌며 필요한 물건을 샀다. 마지막은 항상 과일이다. 평소 자주 찾는 노점에 들렀다. 그런데 사과가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