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명 규모·매년 계약 불안…도교육청 "신분보장 노력"

"얼마 전인 5월 유치원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정식 교사들은 단체 티셔츠를 입고, 저희는 그냥 사복을 입었어요. 한 학부모가 살짝 다가와 '혹시 비정규직이라 옷을 안 주시는 거예요?'라고 물었는데, 그때 얼굴이 화끈거리고 비애감이 들어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티셔츠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예 이름표도 없고, 졸업앨범에도 저희는 사진 한 장 없어요. 아이들은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앨범 속에서 저희는 '유령'에 불과하죠."

창원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일하는 한 시간제근무 기간제교사가 그동안 겪었던 설움을 이야기하자, 함께 참석한 동료 교사들도 감정이 북받친 듯 함께 울음을 터뜨려 기자회견장이 잠시 눈물바다가 됐다.

14일 오전 경남교육청 브리핑룸.

도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시간제근무 기간제교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시간제(하루 4시간)로 일하는 기간제 교사들이다.

1년 단위로 학교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불안한 신분 탓에 이들은 대부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기자 회견 내내 울먹였다.

도내에는 올해를 기준으로 549명이 414개 유치원에서 방과 후에 아이들을 돌보는 업무를 담당하는 '시간제근무 기간제교사'로 근무 중이다.

'교사'라는 타이틀이 붙긴 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선 '을 중의 을'로 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의 잡심부름이나 정식교사의 허드렛일을 도와야 한다"면서 "지시를 거부했다가는 1년 뒤 재계약에 실패할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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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병설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14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열었다. / 오마이뉴스

또 다른 교사는 "교장의 은행 심부름은 물론 인터넷 강의 자료를 찾아 책으로 만들어달라는 개인적인 요구도 심심찮게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시간제근무 기간제교사'의 무기계약 전환을 주장했다. 2012년 유아교육법과 교육공무원법 개정 이후 경남교육청이 일방적으로 기간제 교사로 채용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국적으로 학교병설유치원에서 방과후 과정반을 맡은 교사는 계약직인 시간제근무 기간제교사와 무기계약직인 유치원방과후 강사로 나뉜다. 경남은 무기계약직이 아닌 기간제교사로 이들을 채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방과후 과정 시간제근무 기간제교사의 고용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부지침, 진행과정에 따라 신분보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난 차별 대우와 관련해서는 "일부 유치원에서 티셔츠와 이름표로 기간제 교사를 차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확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앞으로 각종 연수를 통해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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