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사 재직중 자금 횡령·협력업체 뇌물수수 혐의
관련자 8명도 불구속 기소 … 노조 "빙산의 일각일 뿐"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지청장 박현철)은 지난 15일 회사 자금 수억 원을 빼돌리고 거액 뒷돈을 받은 혐의로 폐업한 부곡하와이(제일흥업 주식회사) 전 영업이사 배모(49) 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부곡하와이 마케팅 과장 ㄱ(42) 씨는 배임 수재 혐의로, 얼음축제 관련 시공업체 대표 ㄴ(46) 씨 등 협력업체 관계자 8명은 배임 증재(뇌물 청탁)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뒷돈을 준 협력업체 관계자 2명은 배임증재 공소시효(5년)를 넘겨 기소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곡하와이 노동조합(위원장 진무환)은 "검찰이 밝힌 배 이사 경영 비리 금액은 빙산의 일각이며 형량도 부족하다"며 "회사를 매각하고 고용 승계가 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씨는 부곡하와이 영업이사로 있던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회사 자금 2억 7000만 원을 빼돌려 주식투자, 커피숍 운영 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1∼2016년 사이 부곡하와이가 매년 겨울 개최하는 얼음축제 때 협력업체 10곳으로부터 계약 유지·업무 편의 등 명목으로 2억 3000만 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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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곡하와이 전 이사가 쓴 대자보/경남도민일보DB

검찰은 배 씨가 2억 3000만 원 중 5000여만 원을 ㄱ 씨와 함께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배 씨가 리베이트 일부인 4500만 원을 커피숍 동업자 계좌에 입금하도록 해 범죄 수익을 숨긴 혐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곡하와이는 일본 국적을 가진 재일교포가 대주주인 회사다. 검찰은 배 씨가 대주주의 사촌으로 부곡하와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판단했다. 부곡하와이 노동조합은 올해 5월 말 회사가 문을 닫은 후 '배 씨 등이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는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진무환 노조위원장은 "배 이사가 혼자 경영 비리를 책임지겠다는 심산이다. 대표이사와 관리이사가 경영 비리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혐의가 있고 없고 간에 경영 부실을 방관한 점을 (직원들에게) 사과해야 된다"고 말했다.

부곡하와이 노조는 지난 15일로 225일째 부곡하와이 정문 앞에서 매일 5명씩 집회를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진 위원장은 "폐업 후 취업된 사람을 제외하고 계속 투쟁하는 직원들을 최우선적으로 고용 승계해야 한다"면서 "경영 비리는 부곡하와이에서 수십 년 일해오면서 처음 당하는 일이라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차후 노조가 전 경영진 책임을 물을 방법들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79년 창녕군 부곡온천지구에 문을 연 부곡하와이는 온천수를 이용한 다양한 물놀이 시설을 갖춰 국내 워터파크 원조로 불렸으며, 1980년대 신혼여행지와 국민관광지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변화하는 레저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고 시설이 낡은 데다 경영난도 이어져 문을 연 지 38년 만인 지난 5월 29일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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