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느끼는 경남 생태여행]
(1) 생태관광이란

사람 몰려드는 유명 관광지
환경 파괴, 주민 불편으로 '몸살'
지속가능한 관광 필요성 제기
생태관광 지역 도내 10곳 지정

요즘에는 단체보다 소규모·개인 여행이 느는 추세다. 올 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관광 트렌드로 '나만의 경험을 찾아가는 여정'을 제시했다. 이는 구체적으로 쉼이 있는 여행, 원포인트 여행, 나만의 명소 여행, 스마트 기술 기반 여행, 모두에게 열린 여행 5가지가 핵심이다. 쉽게 말해 이제 유명한 관광지에 우르르 몰려가서 먹고 마시며 즐기기보다 발길이 뜸한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조용히 머무르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생태관광(에코 투어리즘)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기후 위기나 환경오염을 고민하고, 현지 주민의 삶도 생각하는 '착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함께 우리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문화 속으로 '착한 발걸음'을 옮겨본다. 

지난해 9월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경상남도람사르재단 초록기자단이 생태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지난해 9월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경상남도람사르재단 초록기자단이 생태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먼저 생태관광(에코 투어리즘)이란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아보자. 서양에서는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된 개념인데, 단순히 자연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간다는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중관광의 한계 = 생태관광의 반대편에 있는 게 대중관광이다. 일반적으로 단체관광이나 패키지 관광을 생각하면 되겠다. 물론 단체관광에 참여하는 이들이 환경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다만 유명 관광지에 물리적으로 많은 사람과 교통수단이 몰려들면 자연스럽게 환경 파괴, 주민 생활 불편 등 문제가 생긴다.

지난해 8월 오스트리아의 유명 관광지 할슈타트 마을에서 대규모 관광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곳은 유럽 초기 철기 문화인 '할슈타트 문화'가 시작된 곳으로 1997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작은 마을이 유명해진 건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다. 영화에서 주로 마을 장면에 나오는 산과 호수와 마을이 있는 풍경이 바로 이곳이다. 관광업이 지역 경제에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으로 주민 불편이 너무 심했다. 이곳 인구가 700명인데, 성수기 기준으로 하루에만 관광객이 1만 명씩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관광객 수를 좀 제한하자, 오후 5시 이후에는 관광버스가 못 다니게 하자고 요구했다.

굳이 멀리 가서 예를 찾지 않아도, 우리 지역의 유명 관광지 중에 남해 독일마을이나 통영 동피랑도 이런 문제가 있었다. 둘 다 휴일이나 휴가철이면 종일 인파로 북적북적한다. 지금은 덜한지 모르지만, 한때 일부 무례한 관광객이 가정집에 불쑥 들어가 기념 사진을 찍거나 심지어 집안 문을 열어보는 일이 잦았다. 창원 대산면 동부마을에 있는 '우영우 팽나무'도 좋은 예다. 2022년 케이블 방송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배경으로 등장하며 유명세를 치렀다. 조용하던 시골 마을에 밤낮없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나무도 힘들어하고 주민들도 힘들어했다. 관광객 한 명 한 명은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좁은 지역에 인파가 계속 몰려들면 환경이 자연스럽게 망가지게 되어 있다. 이런 현상을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과잉관광)이라고 부른다. 수용 범위를 넘어선 관광객의 방문으로 주민 삶과 자연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걸 말한다. 이런 과정에서 관광 자원을 활용한 혜택이 지역 주민이 아니라 대규모 관광 자본으로 흘러들어가는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생태관광은 이런 대중관광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창원시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2022년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하며 일명 '우영우 팽나무'로 유명세를 타며 그해 천연기념물(573호)로 지정됐다. /경남도민일보DB
창원시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2022년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하며 일명 '우영우 팽나무'로 유명세를 타며 그해 천연기념물(573호)로 지정됐다. /경남도민일보DB
창원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2022년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하며 일명 '우영우 팽나무'로 유명세를 타며 갑자기 인파가 몰리면서 나무 주변 땅속줄기가 드문드문 드러났다. /경남도민일보 DB
창원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2022년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하며 일명 '우영우 팽나무'로 유명세를 타며 갑자기 인파가 몰리면서 나무 주변 땅속줄기가 드문드문 드러났다. /경남도민일보 DB

◇지속 가능한 관광 = 생태관광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멕시코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 엑토르 세바요스-라스쿠라인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가 1983년 멕시코 도시개발생태부의 국장으로 있을 때 멕시코 유카탄반도 북부 셀레스툰강 하구의 홍학 서식지가 대규모 해양레저지구로 개발될 예정이었다. 엑토르는 홍학 서식지와 주변 마을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역 수익을 보장하는 다른 형태의 관광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정부와 주민을 설득한다. 이때 그가 사용한 용어가 '생태관광'이다. 그의 노력으로 대규모 관광단지 대신 생태관광을 선택한 결과 지금 셀레스툰강 하구는 우아한 홍학 무리와 고래, 바다거북 등을 수시로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생태관광지가 됐다. 

사실 생태관광이란 용어는 1965년 미국의 학자 헤츠가 최초로 제안했다. 하지만, 엑토르 세바요스-라스쿠라인 덕분에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생태관광이란 개념은 생태계와 자연환경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까지 함께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자료를 찾아보면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가 된 것 같다. 유엔이 2002년을 '세계생태관광의 해'로 지정하자 이해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제주에서 '한국의 생태관광 발전전략 모색'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린다. 이는 '생태관광'을 주제로 국내 최초로 열린 공개 토론장이었다. 참가신청이 예상을 넘어 폭주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 심포지엄으로 생태관광협회를 만들고, 생태관광 전문가를 양성하며, 생태관광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내도록 하자는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총회 이후다. 총회에서 다양한 의제를 논의했는데, 생태관광도 그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람사르총회가 세계적인 환경 회의였던 덕분에 생태관광도 이후 실질적인 정책 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때 준비를 시작해 2010년 한국생태관광협회가 법정 단체로 발족한다. 그리고 2013년에는 <자연환경보전법>을 개정해 생태관광 개념을 도입하고 생태관광지역 지정과 한국생태관광협회 지원을 명시했다. 현재 <자연환경보전법>을 포함해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습지 보전법> 시행령,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임업 및 산촌 진흥촉진에 관한 법률>에 생태관광 용어가 담겼다. 또, <관광진흥법>에서는 '지속 가능한 관광'이란 개념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포괄적인 의미로 생태관광 개념을 도입했다. 경남도는 2017년 <경상남도 생태관광 활성화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생태관광 활성화와 지원을 명시했다. 

지난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창녕 우포늪에서 진행한 생태관광 프로그램 '천지삐까리 여행' 중 참가자들이 쪽배타기 체험을 하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지난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창녕 우포늪에서 진행한 생태관광 프로그램 '천지삐까리 여행' 중 참가자들이 쪽배타기 체험을 하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지난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창녕 우포늪에서 진행한 생태관광 프로그램 '천지삐까리 여행' 중 참가자들이 습지 탐방을 하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지난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창녕 우포늪에서 진행한 생태관광 프로그램 '천지삐까리 여행' 중 참가자들이 습지 탐방을 하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지역 생태관광지 = 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법> 제41조 생태관광의 육성 조항에 따라 생태관광지역을 지정해 관리·지원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35곳이 있는데 경남에는 6곳이 지정됐다. 구체적으로 람사르협약 등록습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창녕 우포늪을 포함해 국제적인 철새 도래지 창원 주남저수지, 국내 최대 하천형 배후 습지인 김해 화포천습지, 국가 명승과 국립공원을 품은 남해 앵강만,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친환경 생태여행지 하동 별천지 생태마을(탄소없는 마을), 국내 산지습지 중 가장 규모가 큰 밀양 사자평습지와 재약산이다.

경남도도 <경상남도 생태관광 활성화 및 지원 조례> 제11조 '도 대표 생태관광지 지정·육성'에 따라 지역 대표 생태관광지를 지정한다. 현재 환경부 생태관광지역 6곳을 포함해 모두 10곳이다. 이 중 경남도가 자체 지정한 곳만 살펴보면 자치단체와 주민이 힘을 합쳐 보전한 국가습지보호지역 고성 마동호, 700년 아라연꽃 씨앗을 품었단 산속 습지 함안 괴항습지, 도민 정원을 넘어 세계 정원을 꿈꾸는 생태공원 거창창포원, 1만 년 신비를 지닌 하천 배후 습지 합천 정양늪이다. 

끝으로 <자연환경보전법>에서는 생태관광을 "생태계가 특히 우수하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한 지역에서 자연자산의 보전 및 현명한 이용을 통하여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관광"으로 정의한다. 대부분 법령이나 조례도 이와 비슷하다. 이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생태관광 즉,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역 수익을 보장한다는 지속 가능한 관광이란 의미와 다소 차이가 있다. 자치단체와 민간에서 다양한 활동과 시도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관찰한다' 정도로 이해되는 듯하다. 이런 생태관광을 통해 현지 주민들에게는 과연 무엇이 남느냐 하는 부분은 여전히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서후 기자

* 습지 보전 인식 증진 및 생태관광지 추가 발굴을 위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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