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무당층 많은 이유는 불신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방관자일 뿐

축제는 시작됐으나 벚꽃은 피지 않았다. 진해군항제 주최 측은 개화시기가 빨라질 거라며 행사 시작을 1주일 앞당겼다. 기후위기가 축제 일정도 바꿨다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3월에 추웠고 장마 같은 비가 잦았으니 벚꽃은 천천히 얼굴을 내밀 뿐이다. 진해에 살다 보니 축제 기간 출퇴근길은 복잡하지만 하얗게 물든 풍경을 보면 봄을 실감하기도 한다.

꽃말을 찾아봤다가 '정신의 아름다움'에 헛웃음이 났다. 내 심리 상태가 여유롭지 못할 수도 있겠다. 4년마다 4월에 열리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벚꽃 총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총선이 낀 올해는 벚꽃에 감흥이 없다. 14일 후 누가 떨어질지, 어느 당이 꽃비와 함께 장렬하게 퇴장할지 더 기대된다.

젊은이들에게는 둘이 걷기 좋은 봄바람 휘날리는 때다. 이들에게 이번 총선은 어떤 의미일까. 선거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젊은 무당층이 많다고 한다. 지난 2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3월 셋째 주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무당층은 18%로 줄었지만 20대는 41%로 두 배나 많다.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젊은 세대에 무당층이 많은 이유는 뭘까. 물어봤더니 무관심보다 불신 쪽이다. 대통령 하는 꼴이 싫지만 그렇다고 야당도, 제3당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고령화로 젊은 유권자 비중은 작지만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겠다. 46%로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2008년 18대 총선 때 2030 투표율은 20~30%대에 그쳤었다.

이들이 살아온 과정, 그리고 현재를 생각하면 이해도 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에서 말이다. 4.16 세월호 참사는 올해 10주기를 맞고, 그 시대 아픔을 겪은 이들은 20대 후반이 됐다.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자 304명 중 250명이었다.

세월호는 한국 사회를 가르는 중요한 사건이다. 돈보다는 안전과 생명을 중시하는 세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지만 진실규명은커녕 후퇴했다. 2022년 10월 29일 말도 안 되는 참사가 또 벌어졌다. 서울 이태원 골목에서 하룻밤 사이에 159명이 숨졌다. 희생자 중 20대는 106명이나 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은 젊은이들에게 믿음을 잃게 했을 수도 있다.

세월호 이후 총선이 2번, 대통령 탄핵 그리고 대선이 2번이나 있었는데 세상이 바뀌었느냐며 투표를 부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격동기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역사는 고작 100년도 채우지 못했다. 전환해나가는 과정이고, 단번에 세상이 바뀔 수는 없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반대세력을 '반국가세력'이라 낙인찍는다.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 가르고 서로 증오하게 하는 정치 현실이다. 분단 79년, 정전 71년째 오늘 벌어지는 이념전쟁은 '심리적 내전 상태'라고 보는 게 맞겠다. 색깔에서 혐오를 빼려면 이 또한 시간이 더 흘러야 한다.

"악의 승리에 필요한 유일한 것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18세기 영국 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가 한 말이다. 이 사람 색깔을 궁금해할지도 모르겠는데 보수주의 아버지로 불렸고 혼란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혁명을 반대했다고 한다.

4월 10일, 당분간 세상이 어떻게 펼쳐질지 판가름난다. 서로 심판을 말하는 여야 모두 상대를 악이라고 하고, 자신이 선이라고 규정할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방관자일 뿐이다. '사쿠라'를 가려내야 한다.

/표세호 자치행정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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