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센터 업주 갑질 폭로…"고용허가제 독소조항 없애야"

고용주가 업체 변경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고용허가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오전 11시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대표 이철승)는 고용허가제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철승 대표는 "고용허가제는 고용인에게 절대 유리한 제도다. 이주노동자는 이직 횟수·구직 기간·사업장 이동에 제한이 있다. 이 세 가지 '독소조항'을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는 업체 변경을 위해서는 고용인에게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업주가 '갑질'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주노동자 3명도 함께했다. 베트남에서 온 ㄱ 씨는 지난 1월 전남 광양 한 조선부품업체에서 근무 중 손가락을 다쳤으나 업체는 산재처리하지 않았다. 이에 ㄱ 씨가 업체 변경을 요구하자 고용주와 현장소장은 100만 원을 가져오면 업체 변경 동의서에 사인을 해주겠다고 했다. ㄱ 씨는 이 과정에서 '일하고 싶지 않으면 베트남으로 돌아가라'며 폭언을 들어야 했다. ㄱ 씨와 네팔에서 온 다른 이주노동자는 각각 100만 원씩 돈을 마련해갔다. 네팔 노동자는 동의서에 사인을 받았다. 하지만 ㄱ 씨는 치료비 등을 핑계로 900만 원을 더 가져오라는 말을 들었다. ㄱ 씨는 휴대전화로 음성과 돈을 건네는 장면을 고스란히 녹화했다.

스크린샷 2017-03-09 오전 11.50.38.png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른 이주노동자도 업체 변경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이주노동자가 업체 변경을 하려면 법원 판결 등 업체 귀책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고용노동부에서 직권으로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노동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니 사실상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월 통영에서 업주 폭언과 폭행으로 업체 변경을 요구했던 사비타 씨는 업주가 검찰에 송치되고 나서야 업체를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업주들이 고용허가제 허점을 악용할 우려도 엿보였다. 일감이 없는 시기에 이주노동자를 방치했다가 업체 변경을 요구하면 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는 마치 노비문서를 사고파는 듯한 문제다. 이주노동자에게 자발적으로 이직할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 이주노동자 고용 조건을 약화하는 것은 결국 내국인 노동자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