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정신을 다시 생각하다] (1) 거꾸로 가는 행보
법원 권고로 회장 직선제 채택
일부 회원, 친박 태극기집회 참여
독재 정권 찬양에도 비판 실종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57년 전 부정한 권력에 맞서 싸운 3·15정신과 헌재의 이번 판결은 '민초가 분노하면 어떤 세력도 대결할 수 없다'는 교훈으로 맥이 닿습니다. 하지만, 공염불처럼 외쳐지는 3·15정신, 관련단체의 기득권 등 3·15를 둘러싼 많은 것들은 변했습니다. 그러나 권력의 비리에 분노하며 광장에 모여든 촛불 속에서 '3·15정신 계승' 희망을 발견합니다.

부정에 항거하며 들불처럼 일어난 3·15의거는 전국적으로 '마산의 자랑'이었다.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대통령의 부정선거에 분노한 마산 시민들이, 그 중심에는 학생들이 일어났다. 4월 11일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고, 이는 4·19혁명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어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

오늘날 3·15는 어떤 모습일까. 본래 의미는 퇴색해버리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혹은 빌붙으려는 이들이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인 단골 코스 '3·15민주묘지' = 정치인들은 중요한 행보를 앞두고 '묘역'을 참배한다. 3·15민주묘지도 마찬가지다. 최근 10년간 기록을 살펴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 홍준표 지사, 안상수 창원시장, 황교안 권한대행, 이완구·정홍원·김황식 총리, 이주영·안홍준·박완수·김두관 국회의원, 김태호 전 지사와 수많은 광역·기초의원·단체장 선거 출마자 등이 민주묘지에 다녀갔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3·15정신'을 말하며 부정과 부패에 맞설 것을 다짐했다.

◇3·15와 권력욕 = 3·15기념사업회 회장 선거를 두고 해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선거방식이 비민주적이라는 것이다.

3·15의거가 1960년 비민주적 부정선거에 반발해 일어난 것인데, 기념사업회가 회장 선거를 불투명하는 것이냐는 비판이다. 직선제를 요구하던 회원들은 4·19민주혁명회, 국가보훈처, 경남동부보훈지청, 경남도, 창원시 등 5개 기관에 '새 회장을 다시 뽑아야 한다'며 진정서를 전달하고 지난해 기념식 때 회장선출 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기념사업회 회장은 무보수 봉사직이지만, 막대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명예와 권한을 차지하려는 이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선거 방식도 바뀌었다. 일부 회원이 "사실상 전임 회장이 찍은 사람이 당선되기 때문"에 직선제를 요구했고, 이전까지 전형위원회, 즉 간선제로 치러지던 선거는 법원까지 가서야 권고에 따라 직선제로 바뀌었다.

지난 2월 18일 14대 3·15기념사업회 회장 선거에서는 안승옥 회장이 다시 선출됐다. 하지만, 일부 회원은 이날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해야 한다면서 빠른 진행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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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8일 마산 오동동에서 열린 친박단체 태극기 집회. 이 집회에 일부 기념사업회 회원도 참여했다./경남도민일보DB

◇탄핵정국에 등장한 '태극기와 3·15' = 최근 탄핵정국으로 마산 오동동과 마산역 앞에서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세 차례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너도나도 손에 태극기를 들었다. 무대 위 연사들은 '민주성지 마산의 3·15정신'을 강조하면서 이승만·박정희를 찬양했다.

2월 18일 집회에는 김호근 이사, 문기현 이사, 박철종 이사 등 일부 3·15기념사업회 회원들도 참가했다.

이에 대해 김영만 전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장은 "3·15는 이승만 때문에, 부마항쟁은 박정희 독재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3·15단체 간부가 그런 집회에 참여했다는 것은 정신분열적 현상"이라며 "3·15정신은 부정·부패·불의에 대한 저항정신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려왔습니다>

△ 13일 자 4면에 보도된 '껍데기만 남은 3·15 정신? 기념사업회 두고 뒷말 무성' 제하 기사에서 "3·15기념사업회는 한 해 10억 원 가량 예산을 지원받고, 회장은 매달 100만 원 가량 활동비를 지원 받는다"는 내용과 관련해 "10억 예산은 50주년 때 한 차례 받았을 뿐이고 올해 예산은 4억 4900만 원이다. 회장 활동비는 1년 2개월 째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문기현 이사'에 대해 회원 명부에 없는 사람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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