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장·장난감 갖춘 공간 속속…옛날 게임기 구매 늘어
복고 지향형 문화, 어릴 적 감성 추구·스트레스도 해소

창원에 '아재'들을 위한 '취향 저격' 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롤러장, 레고카페, 피규어숍, 중고게임기 매장 등이다. 3040세대에겐 옛 추억을 느낄 만한 놀이터가 생긴 셈이다.

◇롤러장부터 건담·피규어·오락기까지 = 지난 1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남부시외버스터미널 2층에 '고스트 롤러장'이 오픈했다. 매장에는 디스코 음악이 흐른다. 최경아(37) 대표는 초중등 자녀를 둔 30~40세대를 주타깃층으로 잡았다. 롤러장 방문 1호 손님은 인근 한 40대 중반 시내버스 기사였다. 지난 주말 160여 명이 이 롤러장을 찾았다. 지난 4월말 문을 연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롤스', 6월 양산시 물금읍 '롤스케이트장'도 있다. 롤스에는 주말 400명까지 몰린다.

마산합포구 중성동 영남주차장 맞은편 '카페마이뮤지엄'은 컬렉터들이 취미를 더욱 당당하게 즐길 수 있게 한 놀이터다. 1·2층 카페인데, 아내가 운영하는 카페 2층 한편에 김태우(39) 씨가 혼자 취미로 여기던 레고·건담·피규어 등을 전시했다. '프라모델' 조립을 해도 뭐라하지 않는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남부터미널 2층에 문을 연 롤러스케이트장.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또 마산합포구 창동거리길 '건프라 홀릭스'를 운영하는 안병호(44) 씨는 공방까지 운영한다. 안 씨는 가장 많이 찾는 고객은 20대지만, '30대 비혼남'이 가장 많이 소비한다고 했다. 자녀와 함께 40대도 종종 찾아온다. 공방에는 초등 4학년 학생부터 40대 중반까지 회원들이 건담 조립을 위해 찾는다.

성산구 사파동 '겜찾사'에는 중고 게임기 문의가 이어진다. 겜찾사는 현대 슈퍼컴보이로 알려진 '슈퍼패미콤(1990년 출시)', 삼성 슈퍼겜보이로 알려진 '메가드라이브(1990년)', '세가 새턴(1994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1(1994년)', '닌텐도64(1996년)' 등 옛날 게임기를 거래한다. 이외 건담, 피규어, 캐릭터 굿즈 상품도 다룬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가정용 오락실 게임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1990년대 오락실에서 즐기던 '스트리트 파이터', '보글보글', '테트리스', '킹 오브 파이터스', '철권' 등 수백 가지 게임이 담겨 향수를 일으킨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 영남주차장 맞은편 '카페마이뮤지엄'에서 한 40대 남성이 레고와 피규어를 구경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매력 포인트는 '어릴적 추억' = 이런 매장은 '키덜트(아이 Kid와 어른 Adult 합성어)' 문화와 맞닿아 있다.

최승수(34) 씨는 지난 10월 플레이스테이션1을 구입했다. 초등학생 시절 기억 때문이다. 최 씨는 "동갑인 아내는 '애 같다'며 구입을 반대했으나 막상 사고 나서는 함께 즐긴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가정용 오락실 게임기를 구입한 김승현(34) 씨는 "어릴 때 오락실에 가서 100원씩 넣고 하던 게임들을 종종 떠올렸었다. 컴퓨터로도 할 수 있지만 분명히 그 느낌이 다르다"며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고스트 롤러장 최 대표는 "개업 첫날부터 예전 마산 성안백화점 옆에 있던 롤러장을 기억하는 분이 많이 찾아왔다. 자녀와 함께 왔는데, 부모들이 롤러를 더 잘탔다"며 "1호 방문한 시내버스 기사는 '30년 만에 타본다'면서도 금방 적응하고 탔다"고 말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거리길 '건프라 홀릭스'에 전시된 건담들. /김희곤 기자

스스로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밝힌 김태우 씨는 "저처럼 취미생활하는 분들이 편안히 찾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쇠락하는 창동을 보면서, 고교시절 추억도 떠올라 볼거리를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6 취미생활 및 덕후 신드롬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키덜트 문화'에 대해 '어릴 때 감성을 추구하는 순수한 어른들의 문화'라는 응답이 55.6%(중복응답)로 가장 높았고, '현대 성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문화' 53.1%로 높게 나타났다.

키덜트 문화 성향은 대부분 '복고 지향형'이었다. 문화콘텐츠 소비와 관련해 과거 유행한 노래를 듣거나(88.1%·중복응답), 과거 배경 영화를 보고(69.9%), 과거를 다룬 쇼 프로그램을 시청(67.7%)했다. 또 과거 유행한 드라마(53.4%)나 만화(51.6%), 게임(49%)을 즐겨 본 경험도 절반가량이 가지고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7 콘텐츠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 원에서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조 원대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키덜트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분위기의 전시장·판매장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